실리콘밸리에 성차별 논쟁의 불을 붙인 것은 벤처캐피털 업체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바이어스를 상대로 한 엘런 파오의 손해배상 소송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파오는 회사로부터 성차별을 받아 승진에 불이익을 받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1,600만달러(18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자기보다 실적이 나빴던 남자 동료 3명은 다 승진했는데 여성인 자신만 진급이 누락된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는 것이다. 그는 급여나 승진에서 차별이 심하고 심지어 남자 직원이 강압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요구하는 등 성추행도 당했다고 밝혔다.
결국 1심 판결이 소송을 기각하면서 파오는 패소했지만 오히려 실리콘밸리의 여성 차별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실리콘밸리는 '마초 밸리'로 불릴 정도로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를 갖고 있었다. 실제 여성 고용과 고위직 진출은 상당히 제한적으로 지난해 구글 종업원 중 여성은 30%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관리직 여성은 21%에 그쳤다. 또 애플과 페이스북 등도 여성 비율이 15~20%밖에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억눌려왔던 여성들의 소송도 늘고 있다. 최근 몇 주 사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전 직원들이 각자 회사를 상대로 승진 누락 등을 이유로 소송을 냈다. 에멀슨 패러다임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이들이 IT 업계에는 단순한 남녀 차별을 넘어선 구조적인 차별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며 "최근 소송들은 IT 기업 문화에 보다 잠재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차별과 함께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논쟁 역시 실리콘밸리를 달구고 있다. 진원지는 인디애나주다. 지난 26일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자 차별을 허용하고 이에 대해 정부나 법원이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종교자유보호법'이 통과되자 실리콘밸리는 시대에 역행하는 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며 본사를 옮기거나 투자를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용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세계 1위인 세일즈포스닷컴은 인디애나주의 행사와 출장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최근 인디애나주가 동성애자 차별을 허용하는 법을 만들자 고객들과 임직원들이 이 지역에서 성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이유다. 지난해 이 지역의 소프트웨어 기업도 인수했으나 투자를 중단하고 사무실도 다른 주로 옮기겠다고 통보했다.
위치기반 음식점 추천 업체 옐프의 제러미 스토펄먼 CEO는 "차별을 부추기는 주에서 신규 사업을 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조차 비양심적인 행위"라며 비난했고 지역 비즈니스 실명 평가 사이트인 앤지스리스트는 인디애나폴리스 사옥 건립계획을 무기한 보류했다. 팀 쿡 애플 CEO도 이번 일에 대해 "애플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며 "우리는 인디애나의 새 법률에 크게 실망했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