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초인적인 인내의 한 수

제5보 (77~88)



흑77로 젖혀간 수순이 창하오의 준비된 강수였다. 이세돌은 여기서 10분을 생각했다. 대국자가 장고를 하면 생중계를 맡은 해설자들이 바빠진다. 네티즌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가상도를 만들어 소개해야 한다. 엉뚱한 가상도를 소개했다가는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설자는 몹시 괴롭다. "백이 그냥 꽉 잇지는 못할 겁니다."(이희성) 참고도1의 백1로 꽉 이어서는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다. 흑이 2로 호구칠 때 확실하게 산다는 보장이 없다. 백3에는 흑4로 돌려치는 수단이 있어서 백이 견딜 수 없다. 백78은 흑의 그 돌려치기를 예방한 수순. 이제는 백이 꽉 이으면 목숨은 건질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백이 꽉 잇지는 않을 겁니다. 살기는 살아도 모양이 너무도 옹색하니까요."(이희성) 그렇다고 패를 결행하기도 거북하다. 참고도2의 백1로 끊으면 천지대패가 벌어지는데 결정적인 팻감이 없다. 백3의 팻감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흑4로 때려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하귀의 흑진이 엄청나게 커진다. 이세돌은 여기서 초인적인 인내의 수순을 보여주었다. 백80으로 슬그머니 물러선 이 수. "최선입니다. 여기서는 이렇게 참아야 합니다."(허영호) 흑으로서는 81로 막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때 백82로 가만히 들여다본 수가 멋지다. "절호의 타이밍입니다. 이세돌이 보여주는 싸움의 테크닉은 정말 섬세합니다. 상대를 가장 곤란하게 만드는 기술은 세계 제일입니다."(김만수) 계속해서 백84로 나가둔 수순이 긴요했다. 그냥 패를 결행했다가는 흑에게 바로 이곳을 역으로 당하여 하변의 흑진이 모양좋게 완성된다. "이세돌은 우변 백대마의 수습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아닙니다. 중앙쪽 흑을 은근히 노리고 있어요. 창하오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겁니다."(윤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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