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차이나 리포트] 거품 꺼지는 집값… 중국 부동산 정책, 긴축서 완화로 돌아서나

분양매출 급감에 부동산업체 디폴트 도미노 현실화

정부선 안정대책 쏟아내며 버블붕괴 속도조절 나서

소득 증가속도가 부동산 가격상승 속도보다 빨라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 반박 목소리도 높아

이달초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서 열린 난퉁부동산박람회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모델들이 신축 아파트 모형을 둘러싸고 서 있다.
/난퉁=김현수 특파원



지난 3일 중국 장쑤성 난퉁부동산박람회. 예년과 같이 신규 주택 모델하우스 등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정작 주택구입 상담회는 썰렁했다. 올해는 주택 구입 상담보다 각종 마케팅 행사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모델하우스 밖이 어수선했다. 베이징에서 1시간 30분 거리인 옌쟈오. 작년 겨울까지도 신규 아파트 건설현장과 막 완공한 아파트가 어우러져 신도시의 모습을 빠르게 갖춰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만난 옌쟈오 부동산 업체들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징진지(베이징, 톈진, 허베이) 일체화 프로젝트에 바오딩 등이 부상하며 옌쟈오는 더 이상 매력적이 투자처가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일부 건설현장은 개발업체가 추가 자금을 대지 못하며 대형 크레인이 멈췄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 3선 도시들의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16%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하락보다 수요 급감을 더 우려스럽게 바라본다. 수요급감은 중소 부동산 업체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이어지고 지방정부의 재정까지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 대형업체도 위협=지난 3월 저장성 닝보 펑화현의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싱룬즈예가 35억 위안의 채무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데 이어 4월에는 난징의 부동산 업체 잉자디찬이 개발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난징의 또 다른 부동산 업체 푸디팡찬은 대주주가 1억 위안의 위탁대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않고 도주했다. 지난 6일에는 광둥성의 부동산 업체인 광야오디찬의 디폴트 소문이 돌며 연쇄 디폴트의 악몽이 현실화됐다.

관련기사



중소업체의 위기는 각종 성공신화를 낳았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영 부동산개발 업체로 46개 성시ㆍ자치구의 중대형 도시에 300개가 넘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바오리 부동산의 지난 4월 주택 총 판매면적은 66만6.100㎡. 전년 동기 대비 16.88%나 줄었다. 주택 판매액도 83억2,6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전월 대비 각각 11.77%, 19.74% 줄었다. 홍콩증시에 상장한 화룬 부동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월 주택 판매실적이 저조하면서 1~4월 주택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40.95% 줄어든 136억7,000만 위안에 그쳤다. 같은 기간 주택 판매면적도 32.14% 줄어든 129억7,400만㎡에 불과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완커의 실적도 좋지 않다. 지난 4월 완커 주택 판매액은 127억5,000만 위안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전달 대비로는 11% 하락했다.

◇지방정부 부동산 안정정책 서둘러=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상업은행들의 부동산 관련 대출을 죄였던 지방정부도 부동산 거품 붕괴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자 각종 안정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거품이 빠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속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책적으로 조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들이 중앙정부에 앞서 부동산 시장 지원에 나선 것은 부동산 기업 실적악화가 재정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4월 신규 분양주택매출 급감의 영향으로 부동산 영업세는 전달보다 102억위안 줄어든 443억 위안으로 감소했다. 4월 부동산 기업 소득세는 전년 동기대비 3.1% 감소한 248억 위안에 그쳤다. 지방정부들도 주택가격 조정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부동산 모기지 담보 대출의 제도 완화 및 규모 제한 완화, 외지인의 주택 구매 허용 등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인민은행의 지시가 있기 전부터 허난성 정조우나 안후이 퉁링 등은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위해 정책성 담보기관의 담보여력을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방정부의 정책변화는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 뒤에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가 변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신문망은 인민일보의 주택담보대출 확대 등의 조치와 이에 맞춘 지방정부의 부동산 지원정책은 중국 정보의 부동산 정책 스탠스가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되고 있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거품붕괴 반박론도 목소리 높여=중국내 관영 분석기관들은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일부지역에 한정될 뿐 금융위기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거품 붕괴 반박의 논리는 부동산 가격 상승률보다 중국인들이 급여 상승률이 더 높다는 점이다. 실제 1998년 이후 2013년까지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연평균 7.8% 상승한 반면 1인당 GDP는 연평균 12.9%씩 상승했다. 소득 증가 속도가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사회과학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15년 전에도 중국의 부동산 거품에 대한 경고가 있었지만 장기간에 걸쳐 빠른 소득 증가를 통해 서서히 완화되는 과정을 거쳐왔다"며 "주택공급 과잉은 정책과 소득증가세 따른 수요로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과학원은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매년 10%(GDP 성장률 7%+물가상승률 3%)씩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현상 유지만 해도 버블은 매년 10%씩 사라 질 것이고 지난 15년간 해 왔던 것처럼 중국정부가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해 나간다면 몇 년 뒤면 부동산 시장에 끼여있는 버블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BOA메릴린치도 사회과학원의 의견에 동의했다. BOA는 14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도시 주택 공급이 과잉이라는 일반적인 견해와 달리 투자 관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동산시장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으며, 금융시장 붕괴나 국내총생산(GDP) 경착륙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