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투자의 창] 인터넷기업의 미래는 금융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대안상품부 이사


지난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알리바바의 상장은 몇 가지 기록을 세웠다. 250억달러(약 26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기업공개(IPO) 규모였고 공모가보다 무려 38% 비싸게 뉴욕 증시에 상장됐음에도 장 중 한때 주가가 99.7달러까지 치솟았고 시가총액도 2,31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구글의 4,061억달러에 이어 정보기술(IT) 기업 중 두 번째로 많은 시가총액이다.

시장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알리바바에 열광하는 것일까. 알리바바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이라는 중국 온라인마켓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중국에서 알리바바를 통해 거래되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규모는 무려 253조원(지난 2013년 기준)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마켓에서 알리바바의 핵심 역량은 전자상거래 전방위에 걸친 서비스 능력이다. 사실 알리바바가 영위하는 사업을 보면 이베이·아마존·구글·페이팔·트위터를 합친 기업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알리바바의 금융업에 대한 관심이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펀드상품(MMF)인 '위어바오(餘額寶)'를 출시한 지 1년 만에(6월 말 기준) 가입자는 1억명, 펀드 규모는 5,741억위안(약 93조원)으로 펀드 규모가 100조원에 육박하는 초거대자금을 모아 중국 1위, 세계 4위의 MMF로 성장했다.

관련기사



위어바오의 인기는 높은 수익률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손쉽게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고 결제 서비스 '즈푸바오(支付寶)'와 소액대출이 가능한 '야리샤오다이(阿里小貸)'라는 상품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어 소액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1인당 위어바오 평균 거래액은 5,303위안(약 82만원)으로 소액이며 투자자 평균 연령도 29세로 80년대 및 90년대 출생자가 전체의 76%를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자극을 받은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는 지난해 10월 '바이파(百發)' 펀드를 출시해 하루 만에 10억위안(약 1,740억원)어치 판매했으며 인터넷 업체인 텐센트홀딩스 역시 올해 1월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서비스인(회원 수 6억1,000만명) '위챗'을 이용해 '리차이통(理財通)'을 출시하며 하루 만에 8억위안어치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진격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넘어 은행업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 7월 텐센트홀딩스가 선전에서 민영은행 허가를 받았으며 알리바바도 9월 말 저장성에서 민영은행 승인을 받아 내년 3월에는 알리바바은행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인터넷 기업들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게임·미디어·유통·헬스케어 등 다방면의 수익 모델을 찾아왔다. 그러나 금융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기반이 인터넷이라는 점에서 기존 금융기관들이 상상도 못했던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인터넷 기업을 단순히 IT 기업으로 보지 말자. 왜냐하면 그들의 미래는 금융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