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29일] 미·러 우주 도킹


1995년 6월29일 오후9시30분, 러시아ㆍ몽골 국경으로부터 400㎞ 상공.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에 미국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가 다가섰다. 결합하기 위해서다. 지상관제소의 화면에는 두 우주선이 천천히 접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속도는 시속 2,816㎞. 100톤짜리 애틀랜티스호는 조종간을 미세하게 움직여 초당 3㎝씩 미르에 접근해갔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132톤이 넘는 미르와 충돌해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 미르에 근접한 애틀랜티스는 1m짜리 도킹터널을 내놓았다. 접근하기 시작한 지 30분 만인 오후10시. 마침내 연결됐다. 우주공간에서도 냉전 종식이 확인된 순간이다. 우주공간에서의 도킹은 1975년 미국 아폴로 18호와 옛소련의 소유즈 19호가 47시간 동안 결합한 이후 20년 만의 사건. 핵무기 경쟁이 한창이던 이전의 결합은 냉전을 감추기 위한 ‘깜짝 이벤트’였지만 ‘셔틀ㆍ미르 프로그램’은 격이 달랐다. 실질적인 기술협력과 차세대 국제 공동 우주정거장(ISS) 건설의 전단계였기 때문이다. 아폴로와 소유즈가 한번 만나고 끝난 데 비해 우주왕복선과 미르는 1998년까지 4년간 8차례나 더 결합해 미국인 우주인 7명이 977시간 동안 미르에 머물렀다. 두 나라는 상호이익을 거뒀다. 러시아에 4억달러를 지원하고 도킹을 성사시킨 미국은 상대적으로 뒤진 우주정거장 기술 습득과 국제 우주개발 주도권 확보라는 과실을 얻었다. 러시아는 돈이 없어 중단할 처지였던 미르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었다. 돈의 힘이 우주냉전을 종식시킨 셈이다.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이 총동원된 우주 도킹쇼가 펼쳐지던 순간을 한국인들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바로 그날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에 넋을 잃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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