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20일 환율 움직임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정부가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한 20일 환율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장 초반 13원 이상 오르며 1,160원대를 단숨에 돌파한 원ㆍ달러 환율은 오후1시 연평도 사격 훈련 재개를 앞둔 12시30분께 1,172원30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오후 들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단의 핵시설 복귀허용 소식 등으로 달러 매물이 나오면서 장 막판 1,150원까지 떨어졌다.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무려 22원 이상 벌어진 것이다.
장 막판 원·달러 환율 하락을 이끈 것은 수출업체와 외국인이었다. 수출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를 찍자 네고물량을 대량으로 쏟아내며 방어벽을 쳤고 달러 사자를 외쳤던 역외 세력도 장 막판 달러투매에 가세해 환율을 낮췄다. 외국인들은 이날 주식시장에서도 1,1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수출업체들은 환율이 상승할 때마다 네고 물량을 내놓으며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을 막는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장 후반 들어 북한 리스크가 수그러들면서 수출업체, 역내외 세력 할 것 없이 모두 달러를 손절매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ㆍ달러 환율이 북한 리스크에 따라 출렁이는 변동성 높은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사격훈련 재개에 대해 북한이 향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 리스크와 관계없이 당분간 환율 상승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별다른 해법이 도출되지 않은데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아일랜드 국가신용 등급을 다섯 단계나 하향하면서 유로존 재정악화 위기가 다시 부각되고 있어서다. 한 외환전문가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양호해 북한의 재도발만 없다면 1,150원선에서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