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진화하는 복합문화 공간

五感만족 <br> KT&G 상상마당, 극장·공연·갤러리·스튜디오 까지… CJ CGV '씨네 드 쉐프' 영화와 요리 결합

씨네 드 쉐프 센텀시티 영화관

금호건설 크링의 2층 라운지

KT&G 상상마당

이화여대에 다니는 김지은(22) 씨는 요즘 친구들과 만날 때면 홍대 앞에 자리한 KT&G 상상마당을 자주 찾는다. 이 곳에서 단편 영화를 감상하고 젊은 감각의 작품들이 전시된 갤러리를 둘러본다. 또 특별한 사람에게 선물할 일이 있을 때면 이곳 아트 스퀘어에서 시중에서 흔치 않은 작품들을 구입하곤 한다. 금요일 저녁이면 친구들과 인디 밴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이브 홀을 찾는 것도 즐거운 일과 중 하나다. 요리사가 상주하는 영화관, 공연ㆍ 콘서트,ㆍ카페가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등이 속속 등장하면서 문화공간이 진화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에 따른 여가 시간 확대와 다양해지는 문화적 욕구로 인해 김 씨처럼 '복합문화공간 마니아'들도 점차 늘고 있다.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현대미술관 등 대규모 문화공간은 녹지 공간이나 휴게 공간이 충분해 문화 및 여가 활동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리적으로 먼 곳에 거주할 경우 접근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획일화, 단일화돼 다양한 문화적 소비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대규모 문화공간의 이런 단점을 보완할수 있는 대안으로 개성을 살린 신개념의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이 떠오르고 있는 것.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은 문화 소비자들이 한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문화 활동을 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진희 갤러리 로얄 큐레이터는 "고객들에게 정서적인 휴식과 정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고안된 복합문화공간이 최근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층이나 30대 주부들의 욕구와 맞물려 저변을 넓혀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 예술과 요리의 환상적인 만남
CJ CGV의 '씨네 드 쉐프(CINE de CHEF)'는 영화관과 레스토랑이 결합한 신개념 복합 문화 공간. 최신 개봉 영화와 뉴욕식 모던 이탈리안 메뉴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압구정점은 복층 형태로 총 면적 826㎡에 소형 상영관 1개, 70석 규모의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는데 부산의 랜드마크가 된 센텀시티에 들어선 '씨네 드 쉐프'는 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총 면적 1,500㎡에 2개의 상영관, 200석 규모의 레스토랑, 넓은 라운지 등이 있다. 뉴욕 스타일의 현대적인 감각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무려 17m의 오픈 키친이 설치된 다이닝 공간이 특징. 특히 오픈 키친 위에 설치된 감각적인 대형 스크린과 아래층의 아이스링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센텀시티점은 압구정점에 비해서 레스토랑 메뉴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신라호텔 등 최고 레스토랑 출신 요리사 15명이 각종 스테이크와 바베큐, 씨푸드 등의 그릴 메뉴를 중심으로 다양한 뉴욕식 이탈리안 메뉴 및 디저트를 선보인다. 욕실 인테리어 업체인 로얄 토토가 운영하는 '갤러리 로얄'은 건축이나 인테리어 책들을 읽으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북 카페와 유명 작가들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와인바, 실용적인 강좌를 들려주는 로얄 아카데미로 구성돼 있다. 욕실전문업체답게 국내 최대 욕실 전문 전시장인 '목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원목 테이블과 고풍스러운 제도판 테이블, 명품 가구 프리츠 한센의 모던한 디자인의 의자(모델명: 세븐 시리즈)에서 차를 마시고 이탈리안 퓨전 요리를 맛보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아카데미에서는 최신 인테리어 트렌드에 맞는 리모델링 노하우, 꽃꽂이, 커피, 스타일링, 친환경 강좌 등을 진행한다. 서울 필운동에 있는 복합예술센터 '소호'는 예술과 자연의 미학으로 아름다운 공간 뿐아니라 웰빙 요리로 더욱 유명하다. 마티스의 판화를 볼 수 있는 와인&다이닝 바, 피카소 룸, 샤갈 룸, 미로 룸에서는 각 화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수준 높은 음향으로 즐길 수 있는 음악회 공간도 함께 자리잡고 있다. 메타세콰이어 나무와 공작단풍나무, 벽돌 등 자연이 선사한 아름다운 인테리어에서 편안함을 느끼려는 소비자들도 소호를 즐겨 찾는다. ◇ 모든 문화 활동을 두루 담은 공간
지난 2007년 홍대 앞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KT&G 상상마당은 ▦단편 영화를 위주로 상영하는 예술전용 영화관 ▦밴드 음악 전문 공연장인 라이브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유통하는 아트 스퀘어 ▦신진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갤러리 ▦국내 사진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스튜디오 등이 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김현태 KT&G 홍보팀 차장은 "상상마당은 단순한 예술 지원이나 일회성 이벤트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 및 산업 인프라 확충을 도모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며 "특히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드는 다양성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전문화된 자체 기획력을 활용, 다양한 장르의 기획 프로그램 및 문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음악, 시각예술, 사진, 문학, 만화, 디자인에 대한 폭 넓은 지원을 통해 지금까지 1,000여명의 젊은 작가를 지원했다. 또 연간 약 800회의 기획 프로그램을 운영, 지난해만 60여만 명의 관람객과 20여만 명의 온라인 회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 대치동 사거리를 지나 휘문고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역동적인 동그라미들이 저마다 다른 크기로 건물 외벽을 장식하고 있는 독특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금호건설의 복합문화공간 '크링(kring)'이다. 네덜란드어로 원(circle)을 뜻하는 크링은 건물 외관의 컨셉트이기도한 원을 통해 의사 소통의 자유, 문화와 예술의 자유로운 감성을 느끼려는 의지 등을 담았다고 한다. 1층의 아트리움은 다양한 설치 미술과 조형물 등이 전시돼 있으며 64석 규모의 소형 영화관인 크링 시네마에서는 독립 영화와 예술 영화 등 비상업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관람객이 기부한 입장료 전액은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 예술계 발전을 위해 쓰이고 있다. 2층에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대규모 '빈티지 홀'과 소규모 전시전용공간 '크링 홀'이 자리잡고 있어 다양한 전시 활동이 이뤄진다. '스카이 가든'이라 불리는 옥상 정원은 계단식 노천극장으로 만들어졌으며 소규모 야외 행사가 가능하다. ◇ 대안공간에서 출발한 공간
비영리 문화대안공간으로 출발한 '쌈지 스페이스'는 홍익대 부근으로 이전하면서 갤러리와 공연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쌈지 아트 프로젝트의 구현 공간인 동시에 쌈지 아트 마케팅의 결실인 쌈지 스페이스는 창작 스튜디오와 전시 활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안적 성격의 프로그램들을 기획, 젊은 예술가들의 산실이 되고 있다. 국내작가의 해외전시 지원, 인디 음반 제작,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순수예술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북돋고 소비자와 문화 교감을 꾀하고 있다. 부산 경성대 앞에는 부산의 건축가 최윤식 씨가 학교 앞 주택 4채를 개조해 갤러리 '석류원'과 80석 규모의 소극장 '용천지랄소극장', LP 카페와 작은 공연 공간을 더한 '노가다' 등으로 구성한 '문화골목'이 있다. 문화 골목은 지난해 제6회 부산다운건축상의 복합문화공간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출품된 작품으로 대상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오픈스페이스 배'는 '배에서 이루어지는 대안전시 공간'을 내세우고 있다. 배 밭에 위치한 장소적 특징을 바탕으로 하면서 부산의 지역성을 의미하는 '배(ship)'와 발전하고 증가하는 '배(double)'를 함축하고 있다. 시각 예술 중심의 현대 미술을 지원하기 위한 비영리 법인인 오픈스페이스 배는 열악한 미술 제작 환경에서 고갈되기 쉬운 작가적 상상력과 도발적 창작 작업의 생산을 지원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작가들의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을 갖춘 예술촌인 동시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매년 후원을 받아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돕고 있다. ◇ 다양해지는 북 카페(Book Cafe)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차를 마시며 책 읽기 좋은 아늑한 공간으로 태어난 북 카페는 취급하는 소재도 다양해지고 서비스도 확대된 2세대로 진화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인사동 쌈지길 꼭대기에 있는 북 카페 '갈피'는 주로 소설류를 주로 구비하고 있는 일반 북카페와 달리 온갖 최신 패션 잡지들이 가득해 '주머니 가벼운 멋쟁이들의 성지'로 불린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쌈지길이지만 오히려 나무상자 안에 숨어있는 듯한 독특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다락을 연상시키는 2층은 집중이 필요한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예술영화나 제3세계 영화를 주로 소개하는 극장인 '스폰지 하우스' 내의 북 카페는 곳곳에 영화와 관련된 그림과 DVD, 아기자기한 팝툰까지 전시돼 있어 혼자 영화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넉넉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상영 영화에 따라 이벤트까지 종종 마련되는 만큼 영화 마니아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명동점, 압구정점, 광화문점 3곳이 있다. '좋은생각 사람들'이 홍대앞에서 운영하는 북 카페인 '잔디와 소나무'는 블로거를 통해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자리마다 노트북 전원을 연결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책을 읽으면서 족욕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매력이다. 공간이 넓어 대학생들의 스터디나 모임을 하기에도 넉넉할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구비된 책들을 조금 저렴한 가격에 구입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주말에 가족 단위로 찾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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