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2월 17일] 적선여경 (積善餘慶)

"올해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후원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 유용사건으로 후원자들이 크게 준데다 연평도 사건 등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도 기부 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온정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의 푸념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계 수은주는 16일 현재 10.0도를 기록하고 있다. 목표 금액의 10.0%만 모았다는 의미다. 공동모금회가 12월1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두 달간 모금하기로 한 목표액은 2,242억원. 그러나 이날까지 모금된 후원금은 224억6,1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 719억8,100만원을 모아 32.5도에 이른 것에 비하면 모금액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열기 사그라든 '사랑의 온도계' 하필이면 연말을 앞두고 비리가 터져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과 노인들이 힘든 겨울나기에 직면하게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감사 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온갖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차곡차곡 지금까지 공동모금회에 성금을 접수했던 개인기부자들에게 다시 떠올리기 싫은 대목일 것이다. 지난 15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제7대 신임 회장에 추대된 이동건 전 국제로타리 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금회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투명성을 확보할 테니 계속적으로 기부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비리사건을 계기로 개인 기부가 활성화해야 되고 투명한 운영이 관건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당장 오늘이 걱정이다. 실제 공동모금회 비리 사태로 온정의 손길이 끊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모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5억2,000만원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여기에 대기업들도 지갑을 굳게 닫고 있어 걱정이다. 공동모금회 측은 "16일 오전 현재 LG그룹에서 100억원 들어온 것밖에 없다"고 밝혔다. 2008년과 2009년 같은 기간에 삼성∙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의 기부행렬이 이어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기부문화를 주도했던 대기업들이 공동모금회 비리 여파로 주춤하니 기부의 샘이 말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그러나 대기업이든 개인이든 공동모금회 직원들의 비리로 기부하고 싶은 생각이 달아났겠지만 이 시간에도 연탄 1장이 없어 추운 방에서 떨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해서라도 기부천사 행렬에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 '주역(周易)'의 '문언전(文言傳)'에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이라는 구절이 있다. 선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다는 뜻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면 후손들에게까지 복이 미친다는 말이다. 줄여서 적선여경(積善餘慶)이라고도 한다. 적선은 착한 일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보통 적선이라 하면 남에게 선심을 쓰는 것을 말한다. 흔히 구걸하는 사람들이 '적선하십시오'라고 머리를 숙이며 손을 내미는 것을 볼 수 있다. 좋은 일을 하라는 뜻이다. 여경은 선한 일을 많이 행한 보답으로서 그의 자손들이 받는 경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음덕(蔭德:조상의 덕)과 비슷한 의미이다. 불우이웃 고난 먼전 생각을 우리나라 속담에 '남향집에 살려면 3대가 적선(積善)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취하기 어려운 일에 대해 흔히 '3대가 적선해야 한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이 말과 관련이 있다. 기부는 그 사회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나타내는 사회의 문화이자 사회 구성원 상호 간 '나눔의 문화'이다. 강고한 성벽도 벽돌 하나하나의 역할이 중요하듯 복잡다단한 이익사회가 '사람이 살맛 나는 세상'이 되려면 주변 이웃들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는 온정의 손길이 참으로 소중하다. 특히 올해의 경우 각종 단체와 독지가들로부터 필요한 물품 쾌척을 문의하거나 전달자가 전무해 복지시설마다 한숨 소리만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크리스마스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말에 가족∙친지와 함께 가까운 복지시설을 방문해 어르신들 말동무가 돼드리거나 자원봉사활동에 나서는 것도 기부천사 행렬에 동참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송년회∙신년회 등을 이 같은 시설에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보람된 일인 만큼 한번쯤 권장해볼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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