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심판대에 선 카드산업] 정치권 票의식 시장 가격 결정땐 '제3의 솥단지 시위' 이어질 우려

<하> 수수료, 과열 막되 포퓰리즘 안된다<br>인하땐 고객 혜택 줄어 금융당국 조율에 나서야


지난 2004년 11월 여의도 한강 고수부지. 전국에서 올라온 음식점 주인 3만명이 솥단지 시위를 벌였다. 생존권 보장이 명분이었다. 7년이 흘러 10월18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똑같은 상황이 재연됐다. 7만명의 중소가맹업주들은 카드사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솥단지 시위를 벌였다. 행사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인사들이 많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내로라하는 정치권 인사들이었다. 이들을 대하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카드 회사의 왜곡된 수수료 체계를 만든 곳은 카드사 스스로이지만 이를 바로 잡겠다면서 정치인이 '시장의 가격'을 휘두르려는 것은 잘못됐다는 뜻이다. 이른바 '금융의 포퓰리즘'화다. 당국이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뒤늦게 수수료 체계를 들여다 보겠다고 했지만 가격이 정치에 휘둘릴 경우 '제3의 솥단지 시위'는 머지않아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유행이 된 수수료 인하 요구=중소가맹점이 기폭제가 된 수수료 인하 요구는 어느덧 유행이 됐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데 이어 급기야는 룸살롱 업주마저 궐기대회를 예고할 정도다. '떼를 쓰면 들어 준다'는 또 다른 형태의 포퓰리즘 폐해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권이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 수수료 문제가 표와 연결돼 있다고 판단한 탓이다. 가깝게는 10ㆍ26 재보궐선거가 있었고 내년 4월과 12월에는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풍선효과'의 악순환=다수의 일반 고객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포퓰리즘의 폐해다. 포퓰리즘은 특정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포퓰리즘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드만 해도 수수료가 낮아지면 카드사 수익이 줄어들고 이는 고객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카드업계는 2008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렸다. 잇따른 수수료 인하에 일각에서는 소비자 혜택 축소에 대한 우려가 일었고 이는 현실로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나타난 소비자혜택 축소는 최근 들어 더욱 늘고 있다. 금융회사는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기간을 늘리는 등의 비용절감 노력이 나올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가맹점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를 통한 해결은 안돼=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달 18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차등부과를 금지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날 중소가맹점 결의대회에 참석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여러분 요구대로 차별 없이 1.5%대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수수료 산정에 대한 객관적 고민이 생략됐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선심성 발언이다. 분명한 것은 금융사의 '탐욕' 문제를 정치적 셈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보우 단국대 신용카드학과 교수는 "정치권의 논리를 단순하게 표현하면 삼성전자 TV와 소니가 만든 TV의 가격을 동일하게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시장경제에서는 통하지 않는 얘기"라며 "수수료는 시장에서 형성되게 하고 필요하면 정치권이 아닌 금융 당국이 조율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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