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미완의 우주인서 창업운동가 변신 '창업로켓'에 청년의 꿈 실어드려요

■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기술+창업' 공간에 관심 … 유학 중단하고 귀국

국내 첫 '팹랩' 세워 벤처 시제품 제작 도와

3D프린터도 주목 "국가 위한 일 고민할 것"

미완의 우주인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 세운상가 사무실에서 한 창업지망생이 3D 프린터로 만든 스탠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재원기자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550호. 문을 열자 우주인을 꿈꾸던 한 청년이 만든 또 하나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비운의 우주인'에서 '창업운동가'로 변신한 지 3년. 지직거리는 3차원(3D) 프린터기와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10여명의 젊은 청년들 사이에 '미완의 우주인' 고산(38·사진)이 있었다.

고씨의 현재 직함은 타이드인스티튜트(TIDE Institute) 대표. 지난 2010년 과학기술정책을 배우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로 향했던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창업DNA를 접하고는 그 길로 한국 청계천으로 돌아왔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가 '창업 우주선'을 타는 순간이었다.


2008년 3월 러시아 우주인훈련센터(GCTC)에서 1년 넘게 훈련을 받던 고씨는 갑작스레 중도 하차해야 했다.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이 발사되기 한 달 전 외부 유출이 금지된 책을 복사했다는 이유로 이소연씨에게 자리를 내주는 뼈아픈 좌절을 겪은 것. 삼성종합기술원의 평범한 연구원에서 3만6,200여명의 지원자를 제치며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에 올랐던 그였다. 그에게는 미완의 우주인이라는 꼬리표만 남았다.

큰 고통 속에서도 고산씨는 굴하지 않았다. '3만6,000분의 사나이'는 지금 우주 대신 산업의 정글인 창업에 젊음을 바치고 있다. 2011년 2월 벤처 창업을 돕기 위해 설립한 타이드인스티튜트는 고씨가 새로운 꿈을 펼치는 출발점이다.

타이드는 우리나라 최초의 팹랩(fab lab)이다. 제조업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시제품 제작방법과 공간을 제공해준다. 팹랩은 '제조(Fabrication)'과 '연구실(Laboratory)'을 결합한 공간을 말한다. 장소를 세운상가로 정한 것도 창업을 위한 부품을 바로 구매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어서다.


고 대표 덕분에 활기를 잃어가던 세운상가는 엔지니어·디자이너·예술가들이 모여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 점차 변모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곳을 찾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세운상가가 경제성장의 아이콘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꿈꾸게 됐다"며 "제조업 창업 붐을 일으키는 거대한 물결에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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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창업로켓을 타려는 생각을 하게 된 때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입학을 앞둔 2010년. 우연한 기회에 미국항국우주국(NASA)이 실리콘밸리에 만든 싱귤래러티(Singurarity)대에서 창업 프로그램을 접한 뒤 고 대표는 중국으로 도를 구하러 가던 원효대사처럼 돌연 유학을 중단한다. 우리나라에도 기술과 창업이 결합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야망이 생긴 것이다.

타이드인스티튜트를 만든 지 만 3년이 지난 지금 고 대표는 많은 것을 이뤄냈다. 창업자금 100만원으로 시작한 초창기에는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해 뜻을 모았던 동료들이 떠나는 아픔도 겪었지만 그간의 성과는 작지 않다. 국내외에서 25회까지 진행된 '스타트업 스프링보드'가 대표적이다.

고 대표는 "현지인을 대상으로 예비 창업자를 발굴하고 국내외 창업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2박3일 동안 열리는 창업대회"라면서 "실리콘밸리·보스턴·런던·도쿄·상하이·자카르타 등 해외 곳곳과 국내 주요 도시에서 성공사례를 이어가고 있다"고 스타트업 스프링보드를 소개했다.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첨단기술 교육부터 실제 시제품을 제작해주고 투자 발표까지 도와주는 '타이드 아카데미' 역시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있다. 그는 "마켓 트렌드를 익히고 창업에 성공한 멘토들을 통해 보다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다"며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교육하고 스스로 많은 공부를 거친 뒤 창업을 하는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근에는 창업운동가에서 머무르지 않고 직접 3D프린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3D프린터시장 자체는 물론이고 그 뒤에 새롭게 가져다줄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뒤늦게 뛰어든 만큼 창업운동가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은 우수한 팀원들과 함께 기술 수준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복안이다.

고 대표는 "우주인에서 창업운동가로 거듭난 것처럼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며 "개인적인 호기심보다는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또 "제조 창업을 위한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글로벌로 진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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