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95> 교육부의 '신학기 선물'


기자는 상급 학교 진학 때마다 ‘신학기 선물’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주로 문구류였다. 옷이나 가방, 신발을 받을 때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신학기는 언제나 들뜨는 시간으로 기억한다. 새롭게 만나는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가 소중한 ‘신학기 선물’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번 신학기에 국내 대학들은 ‘대학 구조개혁 평가’을 선물로 받았다. 아니 선물이라기보단 외려 날벼락에 가깝다. 교육부는 우리나라의 전체 학생 수가 줄기 시작하는 시기를 대비해 각 학교마다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정원을 줄임으로써 대학 구조를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구조개편 대상은 대부분이 대학 입시생들이 지원을 꺼리는 지방대학들이다. 해당 지방대학들은 결국 살고 싶으면 과감하게 통폐합하든지, 아니면 학생 수를 줄이고 작은 규모의 대학으로 특화하든지 결정해야만 하는 처지에 몰렸다.

관련기사



한 지방대의 사례는 참 얄궂기도 하다. 공공기관 출신인 A교수는 지난해 이 대학의 조교수로 임용돼 대학 구조개혁 평가 TF를 주도했다. 정부의 생리를 잘 아는 그는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교육부가 주도하는 각종 특성화 사업과 함께 구조개혁 평가 대응작업을 착착 진행했다. 평소 공공 조직에서 어떤 평가요소를 중시하는지, 보고서를 만들 때에 중점 사항은 무엇인지 훤히 알고 있는 그였기에 프로젝트에 기여가 컸다. 결국 A교수의 소속 학교는 엄청난 특성화 예산 수주에 성공했고 그 덕에 많은 학과들이 그 혜택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러나 뒷맛이 개운치 않다. 평가하는 정부나 평가받는 학교나 모두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생들 중 태반이 서울에 있는 기업으로 취업하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거나 편입을 결정하여 돌아오지 않는 현실이 바뀌지 않았다. A교수조차 “남아있는 학생들 중 대부분은 학습 의지가 없거나 미래 진로에 뚜렷한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할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이 학교의 군살 빼기는 ‘짝퉁’에 지나지 않았다.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이 낮은 인문대학, 자연과학대학 등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강의전담교원과 산학협력중점교원을 뽑아 통계상의 교원 비율을 맞춰 비용의 효율성은 높였을지 모르지만 대학의 질은 형편없이 저하됐다. 저임금 교수진의 수준 낮은 강의에다 학문의 토대조차 미약해진 대학을 대체 어떤 학생이 다니고 싶겠는가. 이 학교는 얕은 꾀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특성화 사업 지원까지 따냈다. 하지만 학생들이 만족하는 대학으로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그런 속임수는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교육부는 구조조정을 말로만 엄포하지 말고 엄정한 평가기준을 세워 백년대계인 교육의 미래를 좀먹는 ‘눈속임’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정말 좋은 교육과정을 위해 애쓰고 있는 학교는 양적 지표상의 기준을 못 채워 탈락하고, 전략을 잘 세운 학교는 실질이 따라주지 않는데도 평가를 통과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정부가 눈감아선 안된다. 계량적 눈속임으로 구조조정의 칼날을 교묘히 피하고 국고까지 축내는 폐단이 묵인되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교육부는 정책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김나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