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중소형주 강세로 코스닥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자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초 2조원에 못 미치던 코스닥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최근 2조6,000억원으로 급증하며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 잔액도 추월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닥 강세장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코스닥 융자 잔액이 코스피 잔액을 웃도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상반기 예정된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높은 중소형주의 투자 위험성이 커질 수 있어 주의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액은 2조6,516억원으로 5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 잔액을 추월했다. 지난해 초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은 1조9,022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2조3,576억원)과 4,000억원가량 차이가 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연초에 투자자들이 대형주 아닌 중소형주 위주로 장바구니를 채우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날 대비 3.17포인트(0.56%) 오른 574.17포인트에 거래를 마치며 연초 대비 5.7%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151조9,062억원으로 9일 150조원을 넘긴 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코스닥 거래대금도 7일 3조100억원으로 2013년 4월17일(3조2,300억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코스닥의 신용융자가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투자가치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라며 "코스닥 거래대금 규모와 신용융자 규모가 맞먹으면서 과열 양상도 보이고 있지만 한동안 코스닥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돼 이 같은 현상도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이 상하 30%로 확대돼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개인투자자들이 큰 폭의 손실을 떠안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가격 변동성이 높은 중소형주의 경우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투자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 미수거래나 주식담보대출 등 차입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의 경우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위험성이 2배로 증가하기 때문에 투자전략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신용융자 리스크가 커지자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증거금과 담보유지비율 등에 대한 규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증권사 수익에서 제일 큰 순이자마진의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증권사들의 신용융자거래 관리체계 관련해 개편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는데 기존 담보비율을 유지할 경우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리스크도 그만큼 커진다"라며 "현재 140% 이상인 최소담보유지비율을 조정하거나 증권사 자체적으로 투자자 신용별로 담보비율이나 이자율을 조정하도록 하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