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수술대 오른 외제차 보험 체계

손해율 81% 달해… 현 체계로는 보험료 인상 한계<br>할인·할증 확대로 시스템 개편


금융당국이 자동차 자차보험료 체계에 메스를 들이댄 것은 외제차를 중심으로 터무니없이 지급되는 수리비 보험금 부담을 현재의 할인ㆍ할증 시스템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 적자를 메꾸기 위해 줄기차게 요구하는 보험료 인상은 국민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대신 과다 수리비 보험급 지급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외제차 등 특정 그룹의 자차보험료 인상을 통해 보험가입자 간 형평성 제고와 함께 업계의 요율 현실화 요구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외제차 등 손해율 높은 차종 보험료 현실화=현재의 자차보험료 구조는 교통사고 시 수리비가 과다 지급되는 외제차 등 특정 모델의 보험료 부족분을 여타 차량들의 보험료로 일부 메워주고 있는 형태다.


물론 아우디ㆍ벤츠ㆍBMW 등 고급 외제차는 차량 가격이 비싼 만큼 자차보험료 절대 금액이 높다. 하지만 교통사고 시 부품 수리비 등이 차량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높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차량 담보 손해율은 국산차가 62.2%에 불과한 데 비해 외제차는 81%에 달했다. 지난해 국산차에 지급된 전체 수리비 보험금은 5조4,309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늘었지만 외제차에 지급된 보험료는 4,7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0% 늘었다. 통상 한번 사고가 나면 외제차 수리비가 일반 차보다 3~4배 비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티코 등 경차는 범퍼를 교체할 경우에 수십만원이면 충분하지만 고급 외제차는 1,000만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급증하는 외제차 수리비에 맞춰 매년 요율 조정을 통해 이들 모델의 자차보험료를 올려왔지만 현행 체계로는 기준 보험료에서 최고 150%까지밖에 인상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할인ㆍ할증 폭을 확대하는 쪽으로 이번에 자차보험료 시스템을 바꿈으로써 이들 모델에 추가 보험료 인상 기반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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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 차량 모델별로 21개로 된 등급 기준이 26개로 확대될 경우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군들은 11%의 자차보험료 인상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현재 11등급을 기준으로 한 등급씩 올라갈수록 5%씩 보험료가 인상돼 최고 등급인 1등급의 경우에 50%가 인상된다. 상위 1~5등급에는 스테이츠맨 등 국산 차량도 있지만 30개 외제차 모델군 중 아우디ㆍ혼다ㆍ벤츠ㆍ폭스바겐 등 21개군이 몰릴 정도로 외제차가 집중돼 있다.

◇국산차 중 일부는 보험료 인하 효과 기대=외제차를 중심으로 자차보험료가 인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수리비 부담이 낮았던 국산차 일부 차량은 자차보험료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리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하위 등급을 중심으로 최고 11%의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자차보험료 할인ㆍ할증 시스템이 도입된 후 상대적으로 수리비가 저렴한 국산 차종의 경우 보험료 인하 혜택을 누려왔다. 고급 차량 중심으로 수리비가 많이 발생하자 2007년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외제차는 최고 25%의 자차보험료가 할증된 반면 일부 국산 차량은 최고 25%의 할인 효과가 발생했다. 이후 외제차의 수리비 비용이 급증하면서 2010년 또다시 할인ㆍ할증 폭을 50%로 확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전후해 미국ㆍ유럽산 등 외제차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신차 가격 할인에 나섰지만 수입상들이 부품 값은 오히려 올리는 경우가 많아 수리비는 되레 더욱 늘어난 경향이 있다"며 "당국이 이번에 또다시 자차보험료 체계에 손을 댄 것도 이 같은 외제차 수리비 급증에 따른 보험료 부담을 현실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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