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코드 人事와 국가경쟁력

[목요일 아침에] 코드 人事와 국가경쟁력 5~6년 전쯤 삼성그룹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10년 후 먹거리를 고민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각 사가 몇 개월 동안 머리를 짜내 만든 경영구상을 보고받은 이 회장이 한 말은 엉뚱하게도 ‘사람을 찾아오라’였다. 기존 조직의 관행과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의 아이디어로는 신수종(新樹種) 사업을 찾을 수 없으니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을 찾아오라는 뜻이었다. 인재발굴이야말로 최고경영자의 최고 덕목이라는 말도 덧붙었다. 그 후 우수두뇌 스카우트는 삼성 사장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주요업무가 됐다. 오리지널 삼성맨을 중시하던 순혈(純血)주의는 옛 이야기가 됐다. 지금 삼성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도약한 데는 이렇게 데려온 두뇌들의 역할이 컸다. 인사의 중요성을 새삼 말해주는 사례다. 세번째 ‘거래소監事’ 외압 시비 증권선물거래소 감사선임의 외압시비가 또 불거졌다. 도덕성 문제로 17일 만에 교육부총리에서 물러난 김병준씨가 두달 만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에 내정됐다. 위헌 논란을 부른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는 다시 절차를 밟고 있다. 북핵 폭풍에 밀려 금세 관심권에서 멀어진 사안들이지만 그 문제점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거래소 인사 파행은 지난 7월 이후 벌써 세번째다. 사태 전개과정을 보면 누가 뭐래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격이 있든 없든 내 사람을 쓰고야 말겠다는 정부의 ‘내 맘대로 인사’의 집요함에 기가 질린다. 말썽은 여당 서울시장후보 진영에서 일한 부산출신 40대 회계사의 사전 내정설에서 시작됐다. 청와대 입김 의혹이 제기됐고 거래소 노조는 총파업 선언 등으로 맞섰다. 압력행사를 부인하는 청와대 해명이 뒤따랐지만 이사회에서의 감사선임은 무산됐다. 8월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이번에 감사후보추천위원장과 추천위원인 교수들이 외압에 반발해 사퇴함으로써 또 탈이 났다. 청와대가 출신지역과 성향 등의 인사기준을 만들어 부산출신의 다른 인물을 찍어 정부 고위관계자를 통해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재경부 차관은 스스로 나서 자신이 ‘정부 고위관계자’임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후보추천위원장과는 친구 사이이며 인사 문제도 친구로서 이야기한 것이니 외압으로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친구(후보추천위원장)가 이상한 사람이다. 별것도 아닌 일에 자리까지 내던지며 오버했으니 말이다. 청와대는 처음 압력 자체를 부인하다 개입정황이 드러나자 통상적 인사협의였다고 강변했다. 유진룡 전 문광부 차관 사건 때도 그랬으니 ‘일단 부인-상황악화-통상적 협의 포장’ 수순은 이제 인사외압 사태의 해명패턴으로 굳어진 것 같다. 재경부 차관이나 청와대의 궁색한 변명은 딱하다 못해 애처로울 정도다. 참여정부 인사 ‘그들만의 리그’ 거래소 인사 잡음은 참여정부 인사의 문제점과 도덕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거래소는 증권사들의 출자로 설립된 주식회사다. 감사는 후보추천위 추천을 거쳐 이사회에서 선임하도록 돼 있다. 정부가 인사에 왈가왈부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사람을 밀었다가 말썽이 나면 주저앉히고 저 사람을 내세우는 등 맘껏 주무르려 했다. 막무가내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이쯤 되면 정말 막가자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사기업에도 이럴진대 정부나 공기업 등은 어떨지 보나 마나다. 그러니 김병준 내정자 인사 등이 이상할 게 없다. ‘코드인사’ ‘보은인사’ ‘회전문인사’ 등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공공 부문은 늘 바닥 수준이다. 거기에는 이런 낙제점 인사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사가 만사(萬事)라 하지 않는가. 아직도 살펴야 할 사람이 많을 텐데 참여정부 임기는 1년여밖에 안 남았다. 막차라도 타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내 마음대로 인사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를 지켜봐야 할 국민은 맥이 빠진다. 입력시간 : 2006/10/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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