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 '스냅라이프' 전<BR>사진으로 포착한 일상 재구성 그리다 만듯… 인간적 감성 꿈틀<BR>서상익 '서커스' 전<BR>한 화면에 다양한 시점 공존 감각적 호소·긴장감 돋보여
| 서상익 '소외된 자들의 만남' |
|
| 박진아 '사다리2' |
|
전통적인 예술은 작가의 손맛과 부단한 정신성이 중요했다. 하지만 마르셀 뒤샹 등 전위적인 현대 미술가들이 예술가의 독창적 아이디어에 의미를 더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파격이다 못해 선정적ㆍ자극적인 작품들이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전시장을 채우면서 한때는 '회화의 위기'가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취향은 돌고 돌아 최근의 애호가들은 회화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평면 그림의 참맛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흐르는 시간을 잡아챈 박진아=성곡미술관은 지난해 '내일의 작가'로 선정된 박진아(36)의 개인전 '스냅라이프(Snaplife)'를 열고 있다. 스냅사진으로 포착한 일상을 화가가 재구성해 그린 그림들로 사진과는 차원이 다른 인간적인 감성이 꿈틀댄다. 1층 전시작은 등장인물들이 공원, 파티장 등지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먹는 행위'는 개별적 집중의 순간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2층은 미술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삼았다.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와 감상하는 관객 등이 작품에 등장한다. 인물과 공간의 묘사가 치밀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 덜 그린 듯 흐릿하게 보인다. 작가는 "너무 치밀하게 그리면 시간이 굳어버린 듯 영원성으로 고정돼 버린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유동적인 순간성을 담고 싶어 적당한 순간까지만 그린 다음 '더 그리면 안되겠다' 싶은 순간 붓을 놓는다"고 설명한다. 느슨하게 보이는 그림이 오히려 날카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서울대와 런던 첼시예술대학을 졸업한 작가는 회화 작가로는 처음으로 올해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전시는 12월19일까지 열린다. (02)737-7650
◇규정할 수 없는 감각적 호소, 서상익=삼성동 아트컴퍼니 인터알리아는 26일부터 화가 서상익(33)의 개인전 '서커스'를 연다. 2008년 첫 개인전을 연 서상익은 신인답지 않은 높은 완성도로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각종 기획전에서 초대됐고 두 번째인 이번 개인전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극히 그림스러운' 서상익의 작품에는 일상과 공상이 뒤섞인 공간과 현실을 향해 던지는 따끔한 농담이 항상 등장한다. 한 화면에 다양한 시점이 공존하며 세밀 묘사와 과감한 붓질이 공존해 작품을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으나 미술 애호가들은 "감각적, 직관적으로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 자체로 감각을 전달하는 회화의 본질에 충실한 까닭이다.
전작은 사회적 현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을 동물 이미지를 차용해 그린 우화적 표현이 돋보였다면 이번 신작들은 미술관 시리즈 등 작가의 관심 분야를 더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루시안 프로이드, 마크 로스코, 데이비드 호크니 등의 명작이 전시된 미술관을 그린 '소외된 자들의 만남'에서는 반바지 차림의 남성 관람객과 뒤뚱거리는 펭귄이 마주한 채 우스꽝스런 긴장감을 연출하고 있다. 20여점의 신작을 12월10일까지 전시한다. (02)3479-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