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사는 60대 초반 고액자산가인 A모씨는 최근 부동산 80%, 주식 20%이던 자산비중을 부동산 70%, 주식 30% 이상으로 조정했다.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다고 판단해서다.
A씨의 자산을 관리하는 장영준 하나대투증권 프라이빗뱅커(PB) 차장은 "은퇴 후 자산관리에 들어간 베이비붐세대들이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며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부머 주식시장으로 속속 진입=베이비붐세대(50~60대 초반)들이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낮은 금리로 은행예금에 만족 못하고 부동산투자에서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없자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겨 싣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60대 이상의 주주 수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0대 이상의 주주 수는 104만5,000명으로 전체 주식투자인구(502만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1%를 차지했다. 지난 2008년 13%(59만7,000명)에서 올해 처음으로 20%를 넘은 것이다.
50세 이상의 주주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50~54세 주식인구는 2008년 12.7%(58만6,000명)에서 지난해 13.6%(67만3,000명)까지 늘어났고 55~59세 주식인구도 2008년 8%(37만명)에서 지난해 11.2%(55만6,000명)로 18만명 넘게 증가했다.
장 차장은 "부동산에 대한 베이비붐세대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며 "'부동산투자=자산 묶임'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유동성이 큰 주식시장으로 베이비부머들의 자산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올 들어 금융소득종합과세가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에 6억원 이상만 넣어도 과세가 된다"며 "이에 따라 자산을 가진 베이비부머들이 과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식인구에서 베이비부머들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부동산ㆍ금융자산 등을 보유한 중ㆍ장년층은 굴릴 자금이 있지만 30~40대들은 주식투자를 할 여유자금이 없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2008년 71만1,000명(15.4%)이던 40~44세 주식인구는 지난해 68만7,000명(13.9%)으로 줄어들었고 35~39세도 2008년 70만7,000명(15.3%)에서 지난해 54만7,000명(11.1%)으로 크게 위축됐다. 30~34세 주식인구도 51만1,000명(11.1%)에서 지난해 44만5,000명(9,0%)으로 5년 새 2.1%포인트 줄어들었다.
◇직접투자는 손실 위험… 전문가에 맡겨야=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자산 등을 가지고 무모하게 주식시장에 도전했다가는 손실을 키울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수가 박스권에 갇힌 부진한 시장이 펼쳐지면서 개별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개인투자자 간에 정보비대칭도 높아 섣부른 투자보다는 운용사나 투자자문사 등 전문투자기관에 투자를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재진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도 "직접투자보다는 상품에, 상품 중에서도 부동산 임대료처럼 매달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월지급식에 투자를 하는 편이 유리하다"며 "주식을 직접 하더라도 대형주에 투자하고 한 번에 거금을 넣기보다는 가격대별로 분할 매수를 해야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