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세상] 성공신화 일군 창조기업 픽사의 비결은?

■ 픽사 이야기 / 데이비드 A. 프라이스 지음, 흐름출판 펴냄<br>실패한 괴짜들 모여 컴퓨터 애니메이션 도전<br>탄탄한 스토리 앞세워 '황금알 낳는 거위'로


영화제작사 ’픽사’가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업(up)’이 지난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던 날 월트디즈니 최고창작책임 자(CCO)가 된 존 래스터,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 픽사의 창업자이자 현 CEO인 에드 캣멀(왼쪽부터 차례로) 등 픽사의 주요 인물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함 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흐름출판

장난감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는 1995년 개봉 당시 미국에서만 1억9,200만 달러를 챙겼고 해외에서 3억5,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 해에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둔 영화였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픽사(PIXAR)'의 구성원들은 기록적인 수치보다 최초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꿈의 실현' 앞에 감격했다. 픽사의 시작은 1974년 지금의 CEO인 에드 캣멀이 차고를 개조해 컴퓨터 그래픽 사무실을 차린 데 뿌리를 두고 있다. 3D 애니메이션이라는 개념 자체는 물론 없었고 동네는 오렌지 과수원으로 뒤덮여 있던 시절이었다. 캣멀의 '허무맹랑한 꿈'에 동조한 동료들은 자신의 에너지와 재주를 발산하는 기쁨, 창작의 즐거움을 원동력으로 하루 26시간의 주기로 일했다. 평생 그림에 대한 꿈을 안고 살아온 애니메이터 존 래스터는 디즈니에 입사했다가 해고당한 뒤 캣멀에게 합류했다. 그리고 1986년 조지 루카스의 루카스필름의 협력업체였던 픽사를 500만 달러에 인수해 밖으로 끌어낸 이는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였다. 잡스는 애플에서 밀려나 굴욕과 고통의 시기를 보내던 중이었다. 세상의 기준에서 볼 때 실패자였고 상식선에서 판단할 때 무모한 도전에 매달린 '괴짜'들의 집합체가 바로 픽사였다. 21세기를 '꿈의 산업시대'로 내다본 이들이 강조한 것은 탄탄한 스토리와 사람 중심의 경영이었다. 뛰어난 기술이 있다 한들 스토리가 없으면 영화가 될 수 없기에 픽사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만 평균 2년을 투자한다. 그 과정에는 감독이나 스토리 작가들이 모인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와 '일별 리뷰회의'가 있어 일상에 토대를 둔 유머와 감동을 응축해낸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진한 여운을 남기는 반짝이는 상상력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한편 기존 영화사 관행은 작품이 끝나면 직원을 해고하던 '작품별 고용 방식'이었지만 캣멀 CEO는 차기작 구상에 인력을 투입해 인적 자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도록 했다. 픽사 내부에 교육기관인 픽사대학을 두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일례로 '토이스토리' 성공 이후 감독 존 래스터는 자신을 해고했던 월트 디즈니에서 자리를 옮겨올 것을 제안받지만 "나는 디즈니로 가서 감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남아서 역사를 쓸 수도 있다"며 거절한 것을 보더라도 픽사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500만 달러에 인수해 성공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픽사를 2006년 월트디즈니에게 75억 달러에 판다. 잡스는 디즈니의 최대 주주가 됐고 래스터는 쫓겨났던 영화사에서 최고 창작 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픽사의 실화가 그들의 애니메이션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소설 같은 유려한 문체로 전개되는 한 편의 성공 신화가 창조산업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감동과 조언, 교훈을 전한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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