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술관이냐 박물관이냐' 논란

경복궁옆 기무사터·덕수궁 석조전 운영방안<br>기무사터 '현대사박물관 검토'에 미술계 "미술관 세워야" 반발<br>석조전 문화재·역사계 '근대미술 전시관' '역사관' 놓고 대립


‘미술관이냐, 박물관이냐.‘ 경복궁 옆 기무사터와 덕수궁 석조전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두고 미술계와 역사ㆍ문화재계가 시끄럽다. 양측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이를 취합ㆍ조정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복궁 옆 기무사터=이달 초 청와대는 건국60주년 기념사업 기본 구상안을 발표하고 “기무사터를 경복궁 주차장 외 복합문화관광시설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곳에 ‘현대사박물관’ 건립이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미술계가 반발하고 있다. 미술계는 지난 10년 이상 기무사 부지에 미술관 건립을 열망해, 1996년 조병화ㆍ김훈남ㆍ유홍준ㆍ이두식 등 문화계 인사를 주축으로 ‘기무사터에 미술관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을 냈고 이후 지속적인 기무사 이전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05년에는 인근 인사동과 북촌 일대 50여개 화랑에서 1,000여명 화가가 참여하는 ‘문화시위’가 열렸다. 기무사는 결국 이전이 결정됐으나 청와대의 이번 활용 구상안 발표는 미술계의 그동안 노력과 어긋난 것. 정준모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은 “뉴욕에는 뉴욕현대미술관(모마), 런던에는 테이트모던이 있는데 서울에는 대표적인 미술관이 없다”면서 “도심에서 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도심 미술관이 절실해 미술계는 지난 십수년간 기무사 이전과 미술관 건립을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현대사 박물관 건립을 검토하고 있으나 장소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덕수궁 석조전=3년 이상 비어있는 덕수궁 석조전 동관의 용도 변경을 두고는 국립현대미술관 측과 문화재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화연대를 비롯한 문화유산 시민단체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제국의 중심 건물인 덕수궁 석조전은 대표적인 역사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해 ‘대한제국 역사관’(가칭)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관 활용과 관련해 해외 사례를 인용하지만 외국의 경우 왕실문화 재현을 전제로 궁궐을 운영하고 전시관 활용은 부가적”이라며 “이 기회에 덕수궁 미술관(석조전 서관)도 이전할 것을 고려해야 하며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은 이곳을 근대미술 상설전시관으로 활용하길 기대해 왔다. 미술관측은 이와 관련 “박지원 전(前) 장관의 재임시기에 미술관으로 사용전환하는 것에 구체적인 얘기가 오갔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수리 후 넘겨준다는 합의내용이 문서화돼 있었지만 이제 와서 ‘과장이 그랬지 기관장 합의가 아니다’며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현재 덕수궁미술관측은 개관 10주년 ‘근대를 묻다’ 전을 오는 12월 초 석조전에서 열기로 하고 현 관리주체인 문화재청에 장소사용허가 신청을 낸 상태다. 관리 권한 이전 여부는 향후 문화체육관광부가 미술관과 문화재청의 의견을 조율해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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