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企銀 중금채의 딜레마

20조 줄여야 하는데 별다른 대응책 없어 고심


기업은행이 산업은행과 함께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가운데 기업은행이 갖고 있는 6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발행채권(중금채)이 민영화의 가장 큰 암초로 부상했다. 앞으로 민영화가 완료돼 은행법을 적용받으면 자기자본의 3배까지만 중금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지금은 4배가 넘으며 사상 최대를 기록 중으로 이를 해소하려면 잔액 기준으로만 20조원이나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중 소수 지분 18.6%를 올해 처분한 뒤 내년에 남은 50%를 전부 매각해 민영화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당초 예상보다 민영화가 빨라지며 중금채 비중 줄이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셈이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금채 잔액은 지난해 연말 기준 59조1,6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기업은행 총예금(124조6,000억원)의 47.2%에 달하는 수치다.

기업은행은 개인수신 기반이 여타 시중은행보다 취약한 탓에 중금채 발행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조달 창구를 다변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5개년 계획을 마련, 오는 2015년까지 총예금 중 중금채 비중을 45%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민영화 속도가 빨라지며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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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는 중소기업은행법을 적용받아 자기자본의 20배까지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향후 민영화가 완료돼 은행법을 적용받게 되면 자기자본의 3배까지만 중금채를 발행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13조756억원)의 3배인 39조2,295억원까지만 중금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현재 중금채 잔액 중 30% 이상을 수년 내에 줄여야 한다.

문제는 기업은행이 중금채 축소를 위한 세부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은행은 조달재원 다변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방송인 송해씨를 전면에 내세워 개인고객을 중심으로 수신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개인고객 1,000만명을 돌파하기는 했지만 개인수신 확대 속도가 향후 중금채 감소분을 상쇄하기에는 버거운 형편이다.

기업은행은 지점 창구에서 개인을 상대로 발행하는 중금채의 경우 정기예금이나 적금 상품으로 전환을 하면 중금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발행한 중금채 중 약 30조원은 지점 창구를 통해 조달했다. 이 중 90% 가까이가 1년 만기 상품이다.

하지만 중금채는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반면 금리가 4.1%로 기업은행이 창구에서 판매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3.01%)보다 이자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중금채에 투자했던 고객들이 이자율 감소를 감내하면서까지 정기 예∙적금 상품으로 갈아타기는 쉽지 않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민영화되더라도 은행법 적용을 유예하는 등 제도보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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