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증권회사인 메릴린치가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6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메릴린치는 1ㆍ4분기에 추가로 60억~80억 달러의 대손상각 처리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메릴린치는 3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냈으며, 이는 창립이래 94년만에 가장 오랫동안 적자를 낸 것이다. 메릴린치는 1ㆍ4분기 자산 상각으로 지금까지 상각규모는 모두 3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메릴린치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인력을 10-15% 정도의 감축하는등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WSJ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구가할 때 월가의 투자은행보다 공격적으로 모기지증권을 발행하다가 부실이 커지면서 고꾸라졌다. 게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경영의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메릴린치가 투자자들에게 이를 경고하지 않아 문제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 신용시장의 경색이 악화되면서 신용위기가 시작됐지만, 메릴린치는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파생상품의 비중을 늘리기까지 했다. 손해가 더 날 수밖에 없었다. 메릴린치는 지금까지 부실을 까기 위해 128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조달하고, 지난해 6월 400억 달러에 달했던 위험 채권을 7억 달러까지 줄였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존 테인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예측가능한 장래에 더 이상의 자금 유입이 필요없을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연말까지 부실이 확대될 경우 메릴린치는 추가로 자금을 수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진단한다. 테인 회장은 최근 회사의 리스크 비중을 줄이기 위해 리스크 매니저들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스스로의 인센티브를 삭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