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 주도 제7홈쇼핑 필요한가


남승용 미디어미래연구소 미디어경제팀장

황근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정부가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농수산물 전용의 제7홈쇼핑을 내년 중 출범시키기로 한 가운데 중소기업계와 홈쇼핑업계가 찬반 논란을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계와 정부는 기존 중소기업 채널과 중소기업제품 편성 제한이 있지만 중소기업 수요의 5% 내외만 소화하고 있다며 추가 신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홈쇼핑업계는 기존 중소기업채널·농수산채널과 경쟁 과열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고, 송출 수수료만 인상시킨다며 반대론을 펴고 있다. 양측의 찬반 주장을 싣는다.

● 찬성-남승용 미디어미래연구소 미디어경제팀장


'중기 육성' 공공정책적 목표 위해

공영 형태 홈쇼핑 사업자 꼭 필요


방송의 가치는 전통적으로 공익성을 기본으로 다양성·공정성·지역성 등 여러 가치로 구성된다. 방송 정책은 이러한 가치들을 제고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TV 홈쇼핑도 마찬가지다. TV 홈쇼핑은 방송 채널임과 동시에 방송을 활용한 상품유통 채널이기도 하다. TV 홈쇼핑은 방송이 가져야 할 공익적 가치를 보호해야 함은 물론 다른 산업에도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TV 홈쇼핑은 기업들이 방송을 활용해 상품거래와 유통창구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과 소비자 간의 접점 기능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TV 홈쇼핑에 대해서는 시청자의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해 승인제 등과 같은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야 하고 동시에 중소기업상품 편성 비율 규제와 같은 산업적 규제도 동시에 적용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기존의 영리추구 중심의 TV 홈쇼핑 사업자들 간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TV 홈쇼핑에 대한 정책 목표가 퇴색되는 현실은 문제다. 예를 들어 지난 2009년 TV 홈쇼핑 전체 매출액 대비 16%이던 송출수수료 비중이 2013년 21.3%로 증가했으며 판매수수료율 역시 2012년 기준 TV 홈쇼핑이 32.2%로 백화점(29.2%)·대형마트(5.1%) 등 다른 유통업 판매수수료율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TV 홈쇼핑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정책 취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공적 성격을 가진 TV 홈쇼핑 사업자 역시 관리나 운영 측면에서 민간 사업자와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규제당국도 실효성 있는 통제수단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정부의 권고 등으로 중소기업 제품이나 농축수산물 편성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전체 TV 홈쇼핑 사업자의 중소기업상품 편성 비율은 지난해 기준 63%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벤처형 업체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상품은 TV 홈쇼핑 시장에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TV 홈쇼핑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으며 다른 국가들의 참조사례가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존 TV 홈쇼핑 사업자가 시장 성장에 기여한 부분은 당연히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다만 시장 기능에만 의존할 경우 공공정책적 성격을 갖는 중소기업 육성 정책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정부의 개입이 일정 부분 필요한 이유다. 원론적 입장에서 봐도 시장실패 위험이 존재할 경우 정부는 정책개입을 하거나 공적소유 기반의 공영 또는 공사 형태 사업자를 통해 시장실패를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에 대해 기존 규제방식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면 TV 홈쇼핑 시장에서 공공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영 형태의 TV 홈쇼핑 사업자 신설은 꼭 필요하다. 출자자 자격요건, 주주 변경, 제품 편성, 수수료 책정, 이윤 활용 등에 명확한 조건을 부여해 납품업체 진입 장벽을 낮추고 TV 홈쇼핑 시장에 바람직한 거래관행이 정착되도록 선도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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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홈쇼핑 정책은 공익성과 산업성이라는 가치를 모두 제고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정책 목표가 상충적으로 존재할 경우 정책 수단을 다양하게 확보해야만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TV 홈쇼핑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존 사업자에 대한 적정 수준의 규제 적용과 더불어 공공정책 목적을 갖는 공영 TV 홈쇼핑 사업자를 도입해 추가적인 정책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 반대-황근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낮은 판매수수료론 황금채널 못 따고

채널 보장땐 특혜시비 역효과 불러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나돌았던 제7홈쇼핑 채널 신설이 본격화되고 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중소기업 유통 활성화'를 내걸었다. 그런데 이 슬로건이 낯설지 않다. 바로 TV홈쇼핑 채널이 처음 도입될 때부터 항상 사용돼온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처음 승인된 홈쇼핑채널 중 하나가 중소기업 전용 39쇼핑이었고 2001년 같은 이유로 우리홈쇼핑이 또 승인된 바 있다. 하지만 석연치 않게 롯데그룹으로 소유권이 이전되고 2011년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직접 운영하는 홈앤쇼핑도 출범했다. 또한 홈쇼핑채널들은 중소기업제품 편성 규제를 받고 있고 롯데홈쇼핑과 홈앤쇼핑은 중기제품이 각각 65%와 80%나 된다.

그렇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홈쇼핑채널로부터 홀대받고 있다고 불만이다. 더구나 중소기업 전용 홈앤쇼핑은 신규 승인을 받은 지 불과 3년밖에 안됐는데도 그렇다. 이는 아무리 전용 홈쇼핑채널을 늘려도 중소기업 유통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역설이 왜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크게 왜곡돼 있는 우리의 유료방송 시장 구조 때문이다. 케이블TV·IPTV·위성방송이 주도하고 있는 우리 유료방송 시장은 가입자들이 내는 시청료보다는 인터넷 부가 서비스와 홈쇼핑 송출수수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기형에 가까운 '양면 시장'이다. 이 때문에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저렴한 수신료로 가능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해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늘리는 데 매몰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지상파 방송 채널에 인접한 이른바 '황금 채널'들을 홈쇼핑채널에 제공하고 최대한 많은 송출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홈앤쇼핑 출범 2년 만에 송출수수료가 2,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홈쇼핑채널들은 늘어난 송출수수료를 보전하기 위해 제품수수료가 높은 고가의 대기업 제품들을 더 많이 편성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영 형태로 신규 홈쇼핑을 승인하고 판매수수료도 20%로 제한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창의·혁신상품을 포함한 중기제품 및 농축수산물을 95% 이상 혹은 100% 편성하겠다고 한다. 만약 이 계획대로 운영된다면 신규 홈쇼핑채널은 낮은 제품수수료 때문에 황금채널 경쟁에서 밀려 뒷자리 채널 번호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신규 홈쇼핑 역시 이전의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처럼 결국 채널 경쟁에 몰입하거나 아니면 제도적으로 채널 번호를 보장받는 식의 특혜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앞의 방법을 선택한다면 중소기업제품들의 입지는 또다시 약화될 것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홈쇼핑이라는 명분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후자의 방법은 지금도 많은 영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과도한 정부개입 혹은 공기업 특혜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부가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걸어도 지금의 유료방송 구조 아래에서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채널 추가 승인은 도리어 역효과만 커지게 돼 있다. 국민들에게도 홈쇼핑채널 추가 승인은 사업권을 획득한 사업자를 위한 특혜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또 중소기업 육성이나 창조경제 활성화 같은 목표에 천착해 전체 유료방송 시장을 조망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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