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짜 러 음대 석·박사 120명 적발

학원장이 러 유명 음대 총장까지 끌어들여 <br> 학기당 400만 ~ 600만원 받아 25억 챙겨 <br> 국내서 학위 수여식 열고 음악협회도 결성

국내 사설 음악학원에서 가짜 러시아 박사학위증을 사들여 대학교수 행세를 한 박모(50)씨 등 가짜 러시아 음악 석 박사 120여명이 19일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 가짜들은 러시아 유명음대 총장까지 동원해 지난 8년간 국내학원을 러시아 유명 V음대의 분교처럼 위장해 국내 호텔에서 학위수여식을 갖고 자신들만의 한국러시아음악협회를 결성해 정기 기념 연주회를 개최하는 등의 치밀함을 보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외국인과 조직적으로 공모해 체계적으로 가짜 학위를 양산한 사건을 적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황당한 학위장사=가짜 러시아 석ㆍ박사 일당은 제대로 된 국내 음대 박사과정이 전무하다시피 하고 국내 교육계가 러시아 등 외국의 박사 학위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철저히 악용했다. 이 과정에서 피아니스트 출신인 국내 R음악학원 도모(51) 대표는 러시아 V음대의 총장을 끌어들여 국내학원을 현지 음대의 분교인양 만든 다음 4~6학기의 석 박사 과정을 학기당 400~600만원을 받고 개설해 총 25억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한기에 10일 정도 국내 및 러시아 강사의 강의를 받고 10일정도 러시아 대학을 견학가는 게 박사과정의 전부였다. 이렇다 보니 가짜 음악 박사들은 러시아어로 적힌 자신의 학위증의 내용조차 몰랐다. 일부는 엉터리 학위를 갖고 교수직에 임용됐거나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을 가르쳤다. 이 학원과 공모한 러시아의 한 대학 총장은 한국에 입국할 때 학위증서 용지를 다량으로 갖고 들어와 학원에서 손수 서명한 뒤 호텔 식당에서 학원 수료생들에게 수여했다. ◇학원대표 구속 등 21명 기소=검찰은 국내 음대 졸업생과 교수, 강사를 모집, 돈을 받고 러시아 V음대의 가짜 석ㆍ박사 학위증을 발급해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R음악원 대표 도모(51ㆍ여)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도씨가 설립한 사설학원에서 가짜 박사학위를 사서 한국학술진흥재단에 학위등록을 한 서울 모 대학 조교수 박모씨 등 5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16명을 벌금 700만∼1,0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검찰에 이들 가짜 박사학위 취득자의 명단을 교육부에 통보해 징계조치를 의뢰하는 한편 도씨 학원에서 러시아 H음대의 가짜 석사학위증을 취득한 100여명도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짜 박사학위 발급에 공모한 러시아 V음대의 총장 Z씨에 대해서는 지명수배와 입국시 통보조치를 취하는 한편 러시아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