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단기부동자금이 이윤이 나는 곳이면 춤을 추며 옮겨다니며 불안요인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이 한쪽(부동산)을 누르면, 다른 쪽(머니마켓, 증권) 쪽으로 옮겨가고, 마치 풍선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유동성 자금의 급격한 흐름은 국제적 흐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금리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형성된 풍부한 유동성은 부동산과 채권시장에 몰려갔다가,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금리를 인상하고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자 증권시장으로 몰려가 전세계 증시의 유동성장세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감독당국의 규제가 실시된지 10일만에 대규모의 단기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려가 시중자금이 8월말까지 눈치보기 장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시행된 이달들어 MMF에 9조원의 단기자금이 빠른 속도로 몰려와 수탁고가 8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MMF는 지난해말에도 부동산시장이 주춤거렸던 시기에 수조원의 자금이 몰려들면서 과열양상을 보인 적이 있어 금융감독당국이 일체 점검을 벌인 바 있다. MMF시장에는 개인 유동성 자금뿐만 아니라 달리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의 단기자금들도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특별한 수익률이 올릴만한 수단과 대상이 없는 여건에서 MMF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MMF자산운용의 경우 최근 은행채 편입비율을 30%에서 5%로 축소시키는 규제조치도 불안요인중 하나다. 자산운용사들은 일반적으로 채권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고 있지만 최근 채권시장이 금리인상설등으로 불안한 상황이다. 전홍렬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150조원가량의 단기유동성자금이 수수료가 낮은 사모펀드와 MMF로 몰리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수익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은 유동성의 급격한 흐름을 둔화시키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물꼬를 트기 위해 증시로 유인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400조원의 단기부동자금이 최근 적립식 펀드쪽으로 자본이 들어오고 있어 다행”이라며, “증권산업이 발전하면 시중 부동자금의 자본시장 유입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문제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당국은 부동자금을 증시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국내외 주요기업의 신규 상장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국계 기업 등 해외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상장을 요청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모투자펀드(PEF)시장에 개인 투자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유인할 예정이다. 개인들의 PEF 가입최소한도는 이달들어 10억원으로 하향조정됐으며 적정 수익률 보장기준을 이달내까지 마련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부동자금의 PEF유입을 가속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사모펀드 중 단독 사모펀드가 64조원으로 전체 사모펀드의 80%에 이르면서 단기화ㆍ소형화하는 경향이 높다고 보고 실태 조사를 벌인 후 이 자금들을 PEF시장으로 이어져 장기자금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에 이어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계 일각에서 은행, 저축은행의 예금보호한도를 낮추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예보는 하반기 업무추진방향으로 “예금보호한도의 적정성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5,000만원에 이르는 예금보험한도를 은행은 2,000만~3,000만원, 저축은행은 1,000만~2,000만원 정도로 줄이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은행예금을 증시로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배호원 삼성증권 대표는 “현재 국내 자본시스템이 은행 중심이라는 게 문제”라면서 “자본이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예금자 보호제도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