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리플 악재에 국제유가 흔들… 배럴당 장중 90달러 붕괴

아람코, 亞 공급가 인하 소식에 WTI 한때 88달러… 17개월래 최저

산유국간 과열경쟁 양상 보여 공급과잉 따른 하락세 지속될듯

强달러에 원자재 투자열기도 식어 유가 반등 당분간은 기대 어려워


국제유가가 수요감소·공급과잉·달러강세 등 3중고로 약세를 거듭하며 배럴당 90달러선마저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에 대한 원유 공급가격을 더 낮추기로 하는 등 산유국 간 경쟁 조짐도 나타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북해산브렌트유는 1일(현지시간) 영국 ICE선물시장에서 배럴당 94.16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 2012년 7월11일(94.06달러) 이후 26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도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90.73달러에 마감해 지난 2월4일 이후 거의 8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이들 유가는 이튿날에도 장중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유가 추락은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회사 아람코가 아시아에 대한 원유 공급가격을 추가로 낮추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결과다. 이미 최근 3개월 연속 가격인하를 단행했던 아람코가 11월분 판매가를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리기로 한 것이다.


아람코의 이번 가격인하는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의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다른 산유국들에 밀리지 않겠다는 사우디의 전략이 깔려 있다고 시장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 및 정유제품 수입국으로 급부상했는데 이 시장을 놓고 중동과 남미·서아프리카 산유국들이 과열경쟁 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소재 에너지에스팩트사에서 유가를 담당하는 암리타 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아람코의 이번 가격인하에 대해 "특히 이라크·이란의 공격적 마케팅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언론을 통해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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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산유국들 간의 경쟁이 불붙으면서 원유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소재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공동 창업파트너도 아람코의 이번 결정은 원유 가격을 깎더라도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한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당분간 공급초과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신호"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물론 유가 추락을 저지하기 위해 산유국들이 담합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압달라 엘바드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지난주 언론을 통해 "오는 11월 회원국들이 모여 하루 원유 생산량을 50만배럴 감산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공급초과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원유 및 정유제품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OPEC 회원국 외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급부상하는 것도 산유국들의 공급 담합을 어렵게 한다. 바로 북미지역이다. 특히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표 업적으로 추진 중인 셰일가스 사업의 성공으로 기존 OPEC 회원국들을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에 조만간 오를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이런 가운데 달러화 초강세에 밀려 상대적으로 원자재 시장에 대한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인 점도 유가에는 악재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양적완화 종료마저 점쳐지자 달러가 투자자들에게 각광 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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