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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얼마 전 모임을 갔다가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마스크를 샀다. 그는 "작년만 해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유난스러워 보였지만 요즘은 착용하지 않으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아이 둘을 둔 주부 김 모 씨도 미세먼지 제거 능력이 탁월하다는 광고를 보고 '에코마스크'를 구입해 외출시 온가족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또 야외 활동이 많은 남편에게는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목걸이용 휴대 공기청정기를 사줬다.
중국발 초미세먼지 영향으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일상화되는 등 생활상이 바뀌고 있다. 유통 매장에서는 3월 이후에나 발생했던 미세먼지 관련 상품 판매가 2월로 앞당겨졌고 생활·패션 및 식품업계도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온라인쇼핑몰과 편의점 등은 관련 기획전을 마련해 특수를 누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 1~26일 미세먼지 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0% 늘었다. 공기청정기와 에어워셔 매출이 171% 늘었고 스카프와 선글라스가 각각 141%, 136% 증가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미세먼지 경보가 시작된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24일까지 관련 매출을 분석한 결과 목캔디, 홀스 등 목에 청량감을 주는 캔디 매출이 17.1% 늘었다고 밝혔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공기청정기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달 들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0배나 늘어나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매월 평균 판매량이 80%씩 증가하는 추세다.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기능성 황사마스크를 팔고 있는 유한킴벌리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황사마스크 월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해마다 황사마스크의 수요가 최고조가 되는 봄철(3~4월)과 비교해 약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온라인몰에서는 이색 상품이 등장했다. 11번가는 사무실 등에서 휴대 가능한 2만원 대의 '이오니스 플러그용 초소형 공기청정기'를 비롯해 200만개 이상의 음이온 방출로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해 주는 10만원대 '에어비타 음이온 공기청정기' 등 저렴하면서 휴대하기 간편한 제품들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응한 피부관리 제품도 여성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있다. CNP 차앤박화장품은 기존에 판매하던 제품 3개를 묶어 '미세먼지 전용 뷰티키트'를 출시해 2주 만에 준비한 200개 세트를 모두 판매했다. 설화수의 순행클렌징폼은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 지난 1월 한 달간 지난해 4·4분기 판매량보다 60% 더 많이 팔렸고 순행클렌징오일 역시 같은 기간 40% 판매량이 증가했다.
식품업계에서도 호흡기 건강 및 면역력 증진ㆍ강화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호흡기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인 솔싹추출물이 함유된 음료인 롯데칠성음료 '솔의눈'의 경우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난 24일까지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고 웅진식품의 '초록매실' 매출은 49%나 늘었다. 웅진식품 관계자는 "독소 해독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매실뿐 아니라 혈관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루틴 성분이 함유된 메밀 음료 '맵시있는 밸런스 메밀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홍삼제품을 판매하는 KGC인삼공사는 휴대 가능한 스틱형 '홍삼정 에브리타임'의 이달 11~24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나 급증했다.
미세먼지 이슈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급식업체 아워홈은 다음달 6일 서울 메리츠타워 강남점을 시작으로 급식장에서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인 돼지고기, 생강, 배, 도라지 등을 활용한 메뉴와 미세먼지 대처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h-plus 건강캠페인'을 전국 급식장에서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