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화학무기 때문에… 벌벌 떠는 美
시리아 붕괴 가능성… 미국 출구전략 마련현정권 내부장악력 급속 약화오바마, 유사시 화학무기 폐기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시리아 내전이 발발 16개월 만에 최대 고비를 맞았다.
18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안방' 격인 수도 다마스쿠스의 국가보안기구 건물에서 폭탄공격이 발생해 전현직 국방장관과 국방차관 등 군부 핵심인사가 모조리 사망한 가운데 현정권의 내부 장악력이 급속히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유시리아군의 리아드 알아사드 사령관은 AP통신에 "정권의 종말이 시작됐다"고 말했으며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 역시 "시리아 사태가 통제 불가능한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 등 외신들은 이날 폭탄공격 이후 시리아 내부의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시민들이 정권붕괴 가능성을 점차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마스쿠스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은 NYT에 "(폭탄공격이 일어난) 오후3시 이후 모든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달라졌다"며 "사람들이 상점으로 몰려가 물 등 생필품을 사재기했고 지금은 모두 집안에서 TV만 지켜보며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일부 정부군이 탈영하거나 전장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소식도 줄을 잇는다. 시리아 정부는 리비아 등 민주화혁명을 겪은 인근 중동국가들에 비해 막강한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어 무너질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었으나 현실은 반대로 움직이는 셈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의 정권장악력이 급속히 약해지면서 미국은 시리아 사태의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폐기하는 한편 이스라엘과 협력해 주요 군사시설을 신속히 파괴하는 내용의 컨틴전시플랜을 수립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무엇보다 시리아의 화학무기가 알카에다 등 테러집단의 손에 넘어가는 사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실력행사를 서두르는 미국 등 서방국가와 달리 러시아와 중국이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전화를 걸어 시리아 해법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해 시리아의 오랜 우방인 러시아 입장에서는 중동의 마지막 교두보를 이대로 와해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중국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나 서방 측이 제출한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동참하라고 촉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