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눈뜬 장님' 금융당국… 소비자 보호 나몰라라

■감사원, 금융감독 실태 감사<br>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운용수익 5469억 꿀꺽<br>보험사 32곳, 사망 보험금 729억원 지급 안해<br>펀드 불완전판매 막는 '미스터리 쇼핑' 효과 없어


증권사들이 투자고객의 재산인 투자자 예탁금 및 펀드 예탁금의 운용수익 5,692억원을 투자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자신들의 호주머니에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감사원은 지난해 4∼5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등 금융감독 실태' 감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48개 증권사들은 지난 2009∼2010년 2년간 증권금융에서 투자자 예탁금 운용수익으로 8,317억원을 받아 이 중 34%에 불과한 2,848억원만 투자자에게는 지급하고 나머지 5,469억원은 회사 이익으로 귀속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 등을 매입하려고 증권계좌에 예치한 자금으로 규모와 상관없이 운용수익 기여율이 같아 필요경비를 뺀 금액을 모두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는 내부규정으로 증권사가 자체기준에 맞춰 투자자를 차별해 예탁금 이용료를 지급함으로써 증권사들이 챙기는 것을 허용했고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실을 방치했다.


증권사별로 이용료 지급률이 달라 A증권사는 운용수익 1,092억원 중 764억원을 투자자에게 준 반면 B증권사는 1,78억원 중 249억원만 지급했다. C증권사는 운용수익 513억원의 11%(59억원)만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로 내줬다. 또 펀드판매회사 77곳도 펀드 예탁금 운용수익 223억원을 투자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회사 이익으로 챙긴 사실도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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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게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통보하는 한편 금감원에 지도ㆍ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금융 당국의 부실한 감독 사례는 투자자의 금전적 피해뿐만 아니라 제도적 면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가 2010년 금융소비자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 증권사의 한국거래소ㆍ예탁결제원에 납부하는 수수료를 20% 인하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 증권사 42곳의 2010년 평균 위탁수수료율 하락률은 전년 대비 0.9%에 불과했고 4곳은 오히려 수수료율이 상승했다.

이와 함께 2000∼2010년 사망신고된 270만명의 금융자산을 확인한 결과 그중 6%인 16만4,000여명 명의의 예금 4,983억원이 인출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등 상속인금융거래조회 서비스제도 운영도 부실했다. 아울러 최근 2년간 보험회사 32곳에서 총 3,759건(보험금 729억원)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밖에 감사원은 펀드의 불완전판매 등을 방지하기 위해 '미스터리 쇼핑(일반고객으로 가장해 영업점을 방문, 판매 과정 등을 점검하는 것)'제도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작업에 착수했다. 투자자 예탁금의 0.1~1.5%를 이용료로 지급했던 키움증권이 지난해 말 이용료율을 0.3~2%로 인상했고 0~2%의 이용료를 지급했던 대우증권ㆍ삼성증권ㆍ현대증권ㆍ미래에셋증권ㆍ한국투자증권 등이 올 들어 이용료율을 0.5%포인트가량 높이면서 100만원 미만의 예탁금에 대해서도 이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다른 증권사들은 예탁금의 운용ㆍ관리에 필요한 원가분석을 마치고 1ㆍ4분기 중 인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미 이익으로 귀속처리한 금액 5,000억여원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지 여부는 당국의 결정에 따를 방침이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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