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27일] 빅뱅(Big Bang)


주식과 파생상품 각기 43%, 외환거래 32%, 채권유통시장 70%. 급성장세를 타고 있는 런던이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엔론 사태로 미국의 회계기준이 엄격해진 뒤에는 자본유입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금융에 관한 한 ‘대영제국 이후 최고 전성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런던의 금융중심지 시티(the City)가 과거의 영광을 재연한 출발점은 1986년 10월27자로 단행한 규제 철폐. 수수료 자율화와 개방을 골자로 한 개혁에 언론은 ‘빅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통과 관습을 중시한다는 영국이 우주 대폭발에 비교할 만한 개혁을 택한 이유는 생존 차원. 뉴욕은 물론 도쿄에 추월 당하자 택한 고육책이었지만 반발이 따랐다. 수백년간 기득권을 누려온 머천트뱅크와 자버(jobberㆍ위탁매매업자)들은 ‘금융주권의 포기’라며 저항했다. 우려는 머지않아 현실로 나타났다.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금융업자들의 자본금을 모아야 노무라증권의 자본금(200억달러)에 못 미치던 시절, 증권사들이 외국계 투자은행의 손으로 속속 넘어갔다. 감원도 맛봤다. 빅뱅 망국론까지 나왔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성과가 나타나자 영국은 2000년 은행과 보험업의 벽까지 허물었다. 결과가 100여년 만의 세계 1위 탈환. 대영제국 시절 대포와 총칼에 힘입어 번성한 ‘롬바르드 스트리트’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윔블던 효과’의 힘으로 거듭난 셈이다. 국회를 통과한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자통법)’의 원형이 바로 빅뱅이다. 내용만 본다면 빅뱅보다 더 개혁적이다. 남은 과제는 시장친화적인 감독 시스템 구축과 우수 인력 양성. 자통법은 금융허브를 낳을까. 아니면 멕시코처럼 금융식민지 전락의 촉매제로 작용할까. 우리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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