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웹툰의 인기 작가 강풀의 디테일을 살리는데도 성공했다. 새 영화 '이웃사람' 얘기다. 줄거리는 서민 아파트단지에서 일어나는 연쇄 납치ㆍ살인사건이 뼈대를 이루며, 여기에 멜러를 가미한 스릴러라는 살을 붙였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강풀의 웹툰 '이웃사람'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탄탄한 원작을 가지고 간다는 점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는 작업이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웹툰의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장르 특성상 수십억을 쏟아 붓는 영화로 '만화의 완성도를 뛰어넘지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강박증도 그에 비례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첫 작품이라는 부담감, 그리고 세상이 다 아는 원작의 하중을 안고 가야 하는 두 겹의 난관을 무난히 돌파했다.
블록버스터의 각본을 써왔던 김감독의 역량은 대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 중에서도 살인마의 표적이 된 여중생 수연이 사채업자 혁모가 운전하는 차의 후진을 봐주고 난 후 나누는 대사는 압권이다.
"필요하면 전화해라" 사채업자 명함을 여중생에 건네면서 던지는 혁모의 대사에 객석은자지러진다.
캐스팅도 한 몫을 했다. 영화는 스타성 있는 배우를 내세워 손 쉬운 관객몰이에 나서는 대신 연기파로 라인업을 짜서, 작품으로 승부하는 쪽을 택했다.
이 같은 의도는 배우들의 면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새엄마역의 김윤진, 사채업자 마동석에서부터 1인2역을 맡은 아역 김새론은 물론, '범죄와의 전쟁'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김성균이 살인마역을 맡아 표정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코미디언에서 배우로 변신해 관록을 쌓은 임하룡의 연기는 어느 배우와 견주어도 빛을 잃지 않는다. 부녀회장역의 장영남, 경비역의 천호진도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이는 누가 뭐래도 김휘 감독이다.
그가 쓴 대본으로 대박을 터뜨린 작품들을 보면서 그는 자신이 메가폰을 잡고 소신대로 만들고 싶은 영상을 곱씹었음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가 썼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에서 거슬렸던 흠결들이 '이웃사람'에서는 한꺼번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만화를 보지 않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경비원 종록(천호진 분)이 살해한 친구의 영혼(김정태 분)이 사람인지 유령인지 헷갈릴 수도 있다는 정도다.
어쨌거나 '이웃사람'은 '도둑들'의 바통을 이어 받아 국산영화의 고공행진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