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경영비전 2004] 모바일뱅킹ㆍ전자통장...첨단금융시대 `활짝`

2004년은 금융계에도 정보기술(IT) 분야가 어느 때보다 급격한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국민은행이 `뱅크온`이라는 이름으로 첫 선을 보인 모바일뱅킹이 오는 4월 이후 전 은행권으로 확산되고 각 은행의 차세대 전산망 사업도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또 `TV뱅킹`과 `전자통장` 등 각종 첨단 기술이 금융과 결합해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실생활에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첨단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단순히 비용절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IT 인프라와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숙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한 시중은행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만해도 인터넷뱅킹 등 첨단기술을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한계연령이 55세였지만 2003년에는 60세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일반인들의 첨단기술 적응도가 높아진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창구 고객을 온라인으로 돌리는 만큼 효율이 높아지고 고객들 입장에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고객들의 IT적응도가 크게 높아진 만큼 신기술 적용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뱅킹 시대 활짝= 모바일 뱅킹은 이미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됐다. SK텔레콤(모네타뱅킹)과 KTF(K뱅크) 등이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계좌이체와 같은 초보적인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사용방법이 복잡하고 통신요금도 비싸 고객들이 외면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국민은행과 LG텔레콤이 손잡고 `뱅크온`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한 순간에 상황이 달라졌다. 휴대전화 하나로 통장개설이나 계좌이체, 대출, 현금서비스, 외환거래, 신용카드 등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수수료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되자 폭발적인 호응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그동안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던 복잡한 사용법도 크게 개선돼 고객들은 몇 개의 버튼만 누르면 편리하게 은행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LG텔레콤은 서비스 개시 3개월 만에 30만명의 새로운 가입자를 확보했고 모바일뱅킹을 이용한 조회서비스는 2003년말 현재 217만건으로 1년새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모바일뱅킹의 핵심인 자금이체 서비스의 경우 하루평균 38만7,000건으로 같은 기간중 27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뱅킹이 이처럼 인기를 끌자 이동통신 업체와 은행간의 짝짓기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LG텔레콤은 국민은행 외에도 제일ㆍ기업ㆍ외환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SK텔레콤은 우리ㆍ하나ㆍ신한ㆍ조흥 등 4개 은행과 잇따라 손을 잡았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 4월 이후 대부분의 은행들이 본격적인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며 “올해는 모바일뱅킹이 확실한 `금융서비스 채널`로 자리잡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통장 실용화 원년=예금통장 없이 IC(집적회로)카드 한 장으로 예금과 대출 등 모든 은행업무와 증권거래까지 할 수 있는 `전자통장`도 이르면 이달 말 첫 선을 보인다. `전자통장`은 종전의 종이통장을 대체하면서 현금카드와 신용카드 등 다양한 금융거래 기능을 하나로 합친 것으로 `무통장 금융거래`의 대중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통장을 가장 먼저 시행하는 곳은 국민은행. 국민은행은 오는 25일부터 가칭 `KB올인카드`를 도입하기로 하고 2만4,000여명의 전 직원과 여의도 지역의 우량고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이를 위해 통장정리를 대신할 거래내역 출력기와 비밀번호 보안 장치인 핀패드(Pin Pad) 1만2,000여대를 전국 영업점에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등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전자통장을 본격 도입할 계획이어서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무통장 거래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IT소외자도 배려해야”=이 같은 금융IT 기술 발전 이면에는 철저히 소외받는 계층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들도 거래고객 가운데 30%는 `어쩔 수 없이`창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계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은 대부분이 노약자들이나 교육수준이 낮은 이른바 `컴맹`들이라는 것이다. 사회의 하층구조를 이루고 있는 이들이 건당 2,000원에 이르는 창구이용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모바일뱅킹도 비싼 전용 휴대폰을 사야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계층은 엄두를 낼 수 없는 실정이다. 시중은행의 한 IT담당자는 “온라인 금융거래가 전체거래의 70%를 넘어 안정권에 접어들면 창구이용 수수료를 오히려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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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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