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중인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에 대한 자금지원(출자전환)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이동통신사 간 줄다리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팬택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을 검토 중이다. 단 팬택에 대한 이통 3사들의 매출채권 출자전환이 성사된다는 전제하에서다.
이런 가운데 팬택의 기업 회생을 위해 채권단과 이동통신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 고위관계자는 23일 "다음달 4일 만기 도래하는 팬택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이 이뤄질 경우에는 팬택 살리기 차원에서 신규 자금지원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통사들의 협조(출자전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팬택 살리기에 협조한다면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뿐 아니라 향후 팬택의 자금사정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신규 자금도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이통사들은 팬택에 2,800억원가량의 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 가운데 1,800억원의 채권을 출자전환하라고 이통사들에 요구한 상태다. 채권단은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에 나서야 자신들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금융 당국은 채권은행과 이통사들이 보유한 4,800억원 규모의 채권이 출자전환되면 팬택의 자금사정이 크게 호전돼 당장 신규 자금지원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이통 3사들은 출자전환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출자전환에 대해 명확한 방침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팬택을 워크아웃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과 출자전환에 불참해 법정관리로 들어가는 방안을 놓고 유불리를 저울질하고 있다.
출자전환에 참여할 경우 팬택 채권자에서 주주로 지위가 바뀌면서 자칫 더 큰 부담을 질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는 반면 불참할 경우에는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보유채권이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전락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업체가 법정관리로 넘어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SK텔레콤에는 부담이다. 2·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결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의 절반을 보유한 SK텔레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통사들의 결정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에 대한 이통사 매출채권 1,800억원 가운데 SK텔레콤이 절반인 900억원가량을, KT와 LG유플러스가 나머지 절반을 각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이번주까지 출자전환 참여 여부를 확정해달라고 이통사들에 통보한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을 받아들이면 다음주에는 각 은행 내부 절차를 거쳐 최종 출자전환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오는 7월4일까지 출자전환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채권 만기일을 추가 연장해 팬택의 생명을 연장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며 "하지만 이통사들의 협조 없이는 궁극적으로 채권은행의 출자전환도 어렵고 결국 법정관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팬택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을 고려해볼 때 이통사와 채권단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