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외국인 자금 일본으로 이탈 조짐

■ 원·달러-원·엔환율 동반 세자릿수 시대 초읽기

美·日 통화정책에 넛크래커 낀 신세 … 당국 "예의주시"

日관광객 사라진 명동, 원·엔 환율이 세자릿수를 목전에 두자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급격하게 줄어 5일 오후 서울 명동 상가도 한산하다. /권욱기자

연초부터 환율 불안이 우리 경제의 복병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동시에 세자릿수에 진입하는 상황이 목전에 놓였다.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의 현 흐름이 조금만 더 지속되면 '동반 세자릿수 환율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외환 전문가들은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는 극심하게 출렁거리는 외환시장의 현 상황이 세계 경제의 양 축인 미국과 일본이 뿜어내는 정반대의 외환정책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일본의 대규모 양적완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두 나라의 외환정책에 한국 경제 전체가 춤을 추는 비정상적 패턴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경제가 미국과 일본의 엇갈린 통화정책에 낀 넛크래커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5일 외환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초 들어 외환시장의 출렁거림이 심해지면서 자금시장에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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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이틀간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6,351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지난해 순매수 규모(3조4,111억원)의 18.6%에 이르는 금액을 연초부터 팔아치운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1조7,028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비교하면 매도세가 더 강해졌음을 알 수 있다.

외환당국은 특히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일본으로의 자금이동을 위한 전주곡이라는 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외환당국의 한 핵심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환차익을 얻어 실적이 크게 좋아진 일본으로 돌릴 수 있다"며 "반면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우리 기업의 피해도 4·4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원·엔 환율 급락에 영향 받은 한국과 일본 기업의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이달부터 줄줄이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동이 빨라질 수 있다"며 "외국인 자금이탈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파른 원·엔 환율 하락과 외국인 자금의 유출은 금융시장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 미국의 테이퍼링이 본격화할 경우 추가 자본유출에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신흥국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테이퍼링 과정에서 일부 아시아 국가의 위기가 한국까지 전염될 가능성 또한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의 엇갈리는 희비가 미칠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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