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버팀목 역할하던 휴대폰·TV 강세이어<br>적자 허덕이던 반도체·LCD도 흑자로 돌아서<br>예상외 호황으로 7조~8조 현금력 확보 관측<br>LCD 신규라인 구축작업 등 가속도 붙을듯
| 삼성전자가 올 2^4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하반기에 과감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서초동 삼성타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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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분기에 대규모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불황에서 본격 탈출하고 있다. TV와 휴대폰 등 세트와 반도체ㆍLCD 등 부품이 동반 상승하면서 하반기 이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그간 비상경영에서 다소 벗어나 탄탄해진 현금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6일 삼성전자가 잠정 집계한 매출 31조~32조원, 영업이익 2조2,000억~2조6,000억원(연결기준)이란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삼성전자가 2분기 1조원을 소폭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적은 휴대폰ㆍTV 등 세트 부문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 동안 적자에 허덕였던 반도체ㆍLCD 등 부품 부문이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TV와 휴대폰 등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것 같다”며 “LG전자 예상 이익이 1조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세트에서만 이를 훨씬 상회하는 액수를 벌어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트의 비중이 여전히 큰 가운데 반도체ㆍLCD에서도 각각 1,000억원과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4,70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세트에서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에 비해 부품에서는 9,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2분기 연속으로 1조원 가까운 적자를 내던 반도체ㆍLCD가 흑자전환하면서, ‘세트’라는 한쪽 날개로만 비행 고도를 유지해오던 삼성전자가 ‘부품’이란 다른 쪽 날개를 펼치고 비상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불황의 여파에서 본격 탈출하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삼성전자가 2분기 대규모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LCD 신규라인 구축 등 공격적인 투자전략 구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분기에만 2조원 이상 현금을 챙기면서 3분기 현재 총 7조~8조원이 넘는 현금력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윤우 부회장은 이 달 초 사내 메시지에서 “반도체ㆍLCD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임직원의 노력으로 회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경쟁사에 비해 1세대 이상 앞서 제공할 수 있도록 제품과 생산 공정의 리더십을 지속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실적 전망치를 공개하자 업계는 깜짝 놀라며 저마다 배경을 추측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적으로 다양한 실적 전망들이 나오지만 실제 결과와 다른 경우가 많아 시장에 일부 혼선이 야기됐다”며 “이를 최소화하고 실적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분기마다 이처럼 전망치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각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실적 전망 발표에 앞서 예상치를 내놓고 있지만 편차가 컸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사업 영역이 방대하고 규모가 커 실적발표 때마다 예상치를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1년 이상 항상 ‘서프라이즈’ 아니면 ‘쇼크’였는데 이번 방침을 계기로 실적 정보가 미리 전달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특히 2분기부터 실적 전망을 전격 공개한 것은 그만큼 실적 개선 추이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 등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