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바다거북과 제조업


영화 '친구'에 조오련과 바다거북이 수영시합을 하면 누가 이길지 내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다거북을 수영으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거북이는 육지에서 한 시간에 0.4㎞밖에 못 가지만 바다에 들어가면 평균 유영속도가 시속 20㎞에 이른다. 박태환 선수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력이 근래 들어 육지에 오른 거북이만큼 더뎌졌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제조업 일자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년간 17만2,000여개나 줄었다.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도 지난 2000년 20.3%에서 2009년 16.3%로 감소했다.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도 2000년 13.2명에서 2008년 9.2명으로 하락했다.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력이 떨어진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적으로 보면 2000년 26.8%를 차지하던 제조업의 고용비중은 2009년 22.9%로 3.9%포인트 감소했다. 제조업의 고용비중 감소는 산업구조의 고도화 등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얘기다. 물론 최근 일자리가 크게 늘고 있는 전문∙과학∙기술서비스 업종 등은 제조업체의 아웃소싱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일자리 창출은 서비스업으로 잡히는 통계상의 오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제조업이 고용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에서 19만2,000개의 일자리가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일자리 증가분 32만3,000개의 59.4%에 해당하는 수치다. 육지에 올라온 거북이가 된 줄 알았던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력이 그럭저럭 괜찮다는 뜻이다. 제조업을 바닷속 거북이처럼 빠르게 헤엄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거북이가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곳은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바다이지 육지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제조업이 활발히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입지∙환경∙세제 등의 불필요한 규제나 부담이 없어야 한다.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고 세제를 개선하는 한편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의 근무환경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스스로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근로환경을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도 맞춤형 지원책을 폄으로써 청년층의 중소기업 유입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튼튼한 국민경제와 일자리 창출의 기초는 제조업에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미국 제조업의 영광을 되살리자고 역설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 모두 더욱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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