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공예품을 한류 홍보대사로

최정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감탄을 자아내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바쁜 일상 중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 점심을 거르고 사무실 앞 인사동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외국인 관광객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아마도 한국을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알고싶은 마음에 한국의 전통 요소가 많이 담긴 인사동을 찾지 않았을까 싶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즐거워하는 외국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뿌듯함도 들곤 한다.

이미 많은 외국인들은 K팝과 K드라마를 즐기고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고 있다. 그야말로 국제적으로 한국의 물결, 한류가 일고 있다. 어떤 면에서 한류는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매력적인 나라로 인식하게 하는 듯하다. 나아가 경제 발전과 외교적 지위까지 더해져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돌파'라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에 발맞춰 우리는 세계에 한국을 더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이미지를 활용한 문화콘텐츠 산업과 관광 산업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의 저성장 흐름 속에서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잘 만든 노래 한 곡, 대규모 국제회의 유치는 자동차 수백대를 수출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일궈온 우리의 성장 방식이 주춤한 시점에서 문화콘텐츠 산업과 관광 산업이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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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여행하고 그들의 나라로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을 생각해보자. 이미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우리의 홍보대사라 할 수 있다. 그들이 직접 겪은 생생한 한국의 경험담은 그들의 나라에서 그 어떤 광고 매체보다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그들이 얘기하는 한국이 지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인터넷에서 우연히 스치는 K팝에 관심을 가질 테고 어쩌면 다음 휴가지로 한국을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 유학 시절 세계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과 섞여 지내면서도 학업을 핑계로 서로의 나라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한 외국인 친구가 내 방을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 가져간 도자기 찻잔을 보더니 찻잔 속에 숨겨진 한국 미의 단조로움과 절제된 아름다움에 무척 관심을 보이며 연신 감탄을 하는 게 아닌가. 지금 생각해보면 작은 찻잔 하나가 한 외국인의 가슴 속에 한국을 심어준 셈이다.

지금 이 순간 한국 여행을 마친 외국인들의 손에는 무엇이 들려 있을까. 거리에 넘쳐나는 대량 생산된 질 낮은 저가 기념품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 공예품이 나아가야 할 비전과 역할이라는 책임감으로 내게 돌아온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한국의 전통미와 쓰면 쓸수록 손에 감기는 실용성까지 담긴 우리 공예품이 전세계 거실과 식탁·사무실의 책상 위에서 한국의 오라를 뽐내는 상상을 해본다.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을 통해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우리의 문화와 생각, 역사를 담은 한국 공예가 한류의 새로운 홍보대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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