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미국의 선거제도에 상황 더 꼬여
주별로 상이하고 최종개표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복잡한 미국의 선거개표절차가 치열한 접전에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통령선거일로부터 나흘이 지난 11일까지 플로리다주의 승자가 결정되지 못하고 있으며 고어승리로 발표됐던 뉴멕시코주도 재개표 실시 결과 승자를 결정짓지 못하고 부재자투표 개표까지 승리자 확정을 미루는 상황에 처했다. 심지어 오리건주의 경우는 아직 1차 개표조차 끝나지 않았으며 불과 수천 표차로 승자와 패자가 엇갈린 위스컨신, 아이오와, 뉴햄프셔 등도 재개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십표 차로 당락이 갈라졌던 하원의 일부 지역구도 재개표 및 부재자투표 결과에 따라 판도가 뒤집어질 수 있으며 워싱턴주는 양후보의 팽팽한 접전으로 아직 상원선거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집계 결과에 따라 대선뿐 아니라 공화당이 다수를 점할 것으로 예상됐던 상ㆍ하양원의 세력판도도 당초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미 선거법은 봉투에 선거일까지의 소인만 찍혀있으면 선거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도착한 부재자 투표지까지 유효표로 인정한다. 미 전역에서 선관위가 아직 집계하지 못한 투표수가 무려 500만 표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는 등 전체 판도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지만 무작정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투ㆍ개표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고 이에 따른 국론분열과 국정공백이 심각하게 전개되는 제도상의 맹점이 이번 선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이 초래된 것은 광대한 영토 탓에 오지에 거주하는 이들이 많고 해외 각지에 나가있는 재외국민들도 많기 때문. 현행 법률은 이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전투표, 우편투표, 부재자투표 등 다양한 선거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1차 집계조차 끝나지 않은 오리건주는 인구수에 비해 영토가 매우 넓어 전면 우편투표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11월7일의 투표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시기를 약 40여일이 지난 12월18일로 잡아둔 것도 이런 복잡한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주별 득표율이 앞선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도에 따라 올해와 같은 박빙승부가 벌어지지 않은 대개의 선거는 부재자투표를 다 집계하기 전에 최종 승리자를 발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보간 득표차가 근소해져 부재자투표가 당락을 좌우하는 올해의 경우 이처럼 시일이 많이 걸리는 제도가 국정에 상당한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미국유권자연구위원회는 10일 캘리포니아의 경우 100만 표 이상의 부재자 투표가 아직 개표되지 않았으며 워싱턴주는 47만3,000표의 향배가 아직 정해지지 않는 등 미 전역에서 도착을 기다리는 부재자 투표수가 500만표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했다.
승자확정과 의회판도 결정에 아직도 많은 변수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김호정기자
입력시간 2000/11/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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