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북한 인터넷망 한때 먹통] 확인도 부인도 않는 미국… 북·미 사이버전 시작됐나

"소니해킹 배후 北" 지적후 발생

美, 비공개 공격 감행설 유력… 돌출행보에 '길들이기' 필요성

중국이 접촉차단 가능성 제기… 반북 해커집단 공격 정황도 포착

국제 해커그룹인 ''리자드스쿼드''가 자신들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메시지들. 이들은 지난 수개월간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자료=리자드 스쿼드 트위터


북한의 인터넷망이 23일 오전 한때 완전히 다운되면서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가 북한과 미국 사이의 전면적 사이버전쟁으로 비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일은 미국이 북한을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해킹의 배후로 지목한 직후에 벌어진 만큼 일단 미 정보기관이 행한 사이버 보복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북한 통신망의 '경유지'인 중국의 접속차단설, 해커단체의 사이버테러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가장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나리오는 미국이 비공개로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비례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이버 공격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과거 중국·러시아·이란 등에 수차례 사이버 공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란의 핵시설 마비사태를 불러온 악성코드 '스턱스넷'이 미국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보안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은 현재 미합중국 전략사령부 산하에 '미 합중국 사이버사령부'를 두고 있다. 이 기관은 2009년 설립됐으며 육해공군과 해병대 산하에 있는 기존 사이버부대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미 국무부는 이번 일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다는 'NCND' 반응을 보여 미국의 반격이라는 관측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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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한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1일 중국에 소니픽처스 해킹 사태 대응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만큼 중국도 북한의 돌출행동 '길들이기'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8월에서 11월까지 4개월간 석유공급을 중단하는 등 수시로 제재를 하며 북한을 압박해온 전례가 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미국의 요청으로 북한의 소니 해킹 연관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사이버안보와 사이버전'의 저자 피터 싱어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접속을 차단했다면) 북한이 의존하는 '통로'가 누구 소유인지를 북한에 각인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북 해커집단의 과시욕에서 이번 사태가 비롯됐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해커집단 '어나니머스'와 북한 인터넷 불통 간의 연계를 보여주는 트위터 메시지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19일 어나니머스와 연계된 한 트위터 계정에 "RIP 북한 작전을 치르고 있다. #OpRIPNK"라는 메시지가 올라온 것이다. RIP는 '평화롭게 잠들다(rest in peace)'라는 뜻으로 북한을 공격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나니머스는 지난해 4월에도 북한의 대남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명단을 유출했다.

이들의 주장은 글로벌 보안업체 아버네트웍스가 추적해온 통계와도 일치했다. 이 업체에 따르면 북한에 18일 2건, 19일에는 4건의 디도스 공격이 가해졌다. 공격은 20~21일 최대 초당 5.97기가바이트(Gbps)의 데이터가 유입되며 절정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국제 해커집단인 '리자드스쿼드'는 20일 트위터에 "북한이 크리스마스에는 오프라인 세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최근 수개월 동안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북한 오프라인 버튼"이라는 설명과 함께 특정 IP주소를 유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디도스 공격을 감행하는 데 필요한 좀비PC를 손쉽게 양산할 수 있다는 게 WP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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