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반이 없는 대구에서 패션을 대대적으로 육성한다는 밀라노프로젝트가 감사원으로부터 재검토의견을 받은 가운데 일부 대구 섬유업계와 정치권이 ‘정부에 다시 손 내밀기’에 나서는 특별법을 추진,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섬유산업 구조조정과 관련, 지난 20여년 동안 이를 명분으로 1조원 가까이 지원 받았지만 모두 실패한 점을 감안, 이젠 시장에 맡기고 기회비용을 감안해 성장성이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역경제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대구경북 섬유클러스터 선진화특별법 제정 추진=대구 섬유업계와 지역 정치권은 지난 2일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 국내 최대 화섬산지인 대구경북의 섬유 클러스터화를 위한 ‘대구경북섬유클러스터 선진화 특별법(가칭)’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전 부총리인 김만제 산학경영기술연구원 이사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대구 섬유산업은 이대로 가면 3년이내 생산규모가 40% 이상 줄어드는 엄청난 고난에 직면한다”며 “섬유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구조조정을 위해 ‘대구경북섬유클러스터 선진화특별법’ 제정 등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섬유업계가 주장하는 법안의 내용은 ▦섬유클러스터를 주관할 ‘대구경북섬유클러스터청’ 신설 ▦구조조정 촉진 ▦마케팅 센터 및 섬유투자조합 결성 ▦중앙정부 및 대구시의 예산지원 등이다. 이날 토론회를 가진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등은 한나라당 곽성문의원(대구 남구)의 대표 발의로 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6월중에 이 법안의 입법화를 추진키로 했다. ◇”차라리 다른 곳에 투자” 부정론 확산=그러나 지역 경제계는 물론 섬유업계 일부에서도 이 같은 입법 추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도 반대입장을 보였다. 대구 섬유업계는 지난 86년부터 97년까지 4차례에 걸쳐 2,930억원의 섬유산업합리화자금을 지원 받아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1단계 밀라노프로젝트(99년~2003년, 6,800억원) 사업을 추진한데 이어 현재 2단계 사업(2004년~2008년, 1,886억원)을 실시하고 있지만 최근 정부 감사 결과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특히 밀라노프로젝트는 패션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 섬유를 고도화 시킨다는 명분으로 섬유업계와 정치권, 대구시가 밀어 부쳤지만 패션기반이 없는 지역이라 처음부터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했었다. 벤처 업계 한 관계자는 “섬유특별법 제정은 섬유산업의 논리에 지역 경제가 또다시 끌려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해 대구 경제를 발목 잡을 것”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