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애플 당분간 'CEO 리스크'…국내 업체들엔 또 다른 기회될듯

■ 시장 영향은<br>잡스, 사업 방향전략 등 총괄, 새 기업문화 정착에 시간 걸려<br>쿡, 부품조달·경비 절감 전문가, 부품가 인하 등 물류혁신 예상

애플의 사령탑이었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가(CEO)가 전격적으로 사임을 표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는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국내 업체는 잡스의 퇴진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도 '포스트 잡스 시대'가 향후 전략에 가져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잡스 CEO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25일 오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일단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잡스가 애플의 사업을 전적으로 총괄해온 만큼 애플의 향후 전략에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당분간은 잡스의 부재를 놓고 애플이 고민을 계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잡스가 향후 출시할 신제품을 상당 기간 준비해놓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의 최대 이슈메이커인 애플의 최고경영자가 바뀐 만큼 국내 업체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이 촉발한 '스마트폰 열풍'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도 일단은 긍정적이라는 분위기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그동안 잡스가 애플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보여준 혁신은 글로벌 IT 시장의 구도를 변화시켰다"라며 "신임 티머시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잡스와 오래 호흡을 맞춰오기는 했지만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지금껏 어떤 기업보다 잡스에 대한 의존도가 컸기 때문에 한동안 사업방향과 전략을 놓고 절치부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갑작스러운 유고는 아니지만 'CEO 리스크'가 발생한 이상 장기적인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유다. 잡스는 아이폰에 탑재되는 버튼 모양과 촉감까지 챙길 정도로 애플의 운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김인성 IT 칼럼니스트는 "잡스라는 카리스마가 사라져 앞으로 독재적 운영과 혁신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의 의사결정은 다수 협의체로 변하겠지만 잡스가 가져온 충격적인 혁신성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정 이스트엠엔에스 사장은 "애플이 잡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는 했지만 기업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이 없어졌다고 당장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새로운 CEO가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기 CEO인 쿡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쿡은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애플의 2인자 역할을 도맡아왔지만 사실상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쿡이 애플의 CEO로 올라선 이상 대대적인 경비 절감과 물류 혁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쿡은 애플 내부에서도 '물류의 달인'으로 불린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부품의 구매∙조달∙물류를 총괄하고 부품가를 낮추면서 대규모의 물량을 확보하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를 직접 방문해 아이폰 출시를 협상하는 것은 물론 부품업체 관리도 직접 담당해왔다. 이 때문에 쿡을 새 수장으로 맞이한 애플의 향후 부품구매 전략에도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최근 연이어 일본 샤프(디스플레이)와 대만 TSMC(프로세서), 일본 엘피다(메모리) 등과 부품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어 삼성전자ㆍ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박태웅 KTH 부사장은 "잡스가 그동안 은퇴 준비를 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몇 년 동안은 마치 잡스가 애플의 CEO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며 "다만 지금까지 위험하고 도전적인 결정은 잡스가 주도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잡스의 공백에 따른 여파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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