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0년전처럼 코스피 살아날까

삼성전자 이익급감 상황서 저금리 바탕 유동성 장세

기업순익 정체 등 증시하락 지표 2005년때와 동일

별다른 모멘텀 없이 금리 지렛대로 상승 재연 기대


'삼성전자(005930)의 이익 급감, 상장사 순이익 정체, 기준금리 인하.'

최근 국내 증시 하락을 설명할 때 거론되는 지표들이다. 유가증권 상장사 연간 순이익의 4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부진은 상장사 이익 정체로 이어지고 국내 증시 매력을 떨어뜨린다. 기준금리 인하도 원화 약세를 불러와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다. 하지만 이런 가정이 실제로는 맞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지난 2005년 코스피가 장기 저항선인 1,000포인트를 돌파했을 때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급감했고 기업이익은 정체국면이었으며 금리는 저점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최근 코스피가 1,920선이 무너지며 부진의 늪에 빠져 있지만 증시를 둘러싼 환경만 보면 10년 전 데자뷔인 셈이다.


16일 유안타증권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금리 저점이 확인되면서 코스피가 박스권을 돌파하며 수직 상승했던 2005년 전후 경제 환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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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의 연간 순이익은 2011년 이후 정체됐고 올해와 내년에도 의미 있는 수준의 이익성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하지만 삼성전자의 기업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저금리를 바탕으로 유동성 장세의 시작을 알렸던 2005년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 속에서도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를 보였던 10년 전처럼 지금 역시 이익 성장 모멘텀 없이도 코스피 상승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먼저 삼성전자의 이익 급감에서 촉발된 상장사의 이익 정체 현상이 10년 전과 비슷하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은 2004년 10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4년간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상장사의 순이익도 17조~18조원 사이에 머물렀다. 코스피 대장주이자 상장사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부진은 증시 전체 이익 정체로 연결된 셈이다. 하지만 코스피는 이익 정체구간이 시작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장기 저항선이던 1,000포인트를 넘어 2008년 2,000포인트를 넘어선 유동성 장세는 공교롭게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이익이 정체하는 구간에서 펼쳐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29조8,000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후 이익 급감 구간에 들어간 현시점과 유사하다. 올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난 삼성전자는 연간 순이익은 2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이익 비중을 감안하면 상장사의 이익 성장도 쉽지 않아 보인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00~2004년 6배 안팎에서 장기 저평가 국면에 있었지만 2005년 이후 증시 상승과정에서 13배 수준으로 올랐다"면서 "최근 국내 증시 PER는 9배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지만 선진국과 신흥국 대비 각각 36%, 12% 할인돼 있어 저평가 매력이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금리를 둘러싼 환경도 비슷하다. 2005년 당시 기업이익의 뚜렷한 성장 없이도 주가 상승이 가능했던 것은 금리의 저점이 확인되는 구간이었다.

2004년 7월 3.75%였던 한은 기준금리는 같은 해 8월 3.5%, 11월 3.25% 하락한 이후 10개월 동안 저점을 유지했다. 이는 한은이 15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2.00%로 내린 후 당분간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현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이 내년 중 금리 인상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금리 인하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슈퍼달러, 유로존 경기 침체 등 대외 악재로 코스피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수 있는 기본 토대는 마련된 셈이다. 김 팀장은 "2000년 이후 기준금리 추이를 보면 마지막으로 금리 인하가 단행된 시점을 전후로 금리 저점과 증시 상승 추세 전환이 나타났다"면서 "기업이익은 정체됐지만 금리 저점이 확인된 현시점이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수 있는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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