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에 제품 공급 선을 확보하려는 데 혈안이 된 세계 최대 할인매장 체인인 월마트가 급기야 이머징 마켓 농가까지 손을 벋쳐 논란이 일고 있다.
월마트는 14일(현지시간) 신흥국가에서의 농산물 직접조달 규모를 지금보다 3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이런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흥국가 농가 100만 명에 총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 체계적인 영농교육과 농업시설 확충, 유통시장 개선 등을 도모하기로 했다. 그러나 농가 100만 명을 잠재적 농산물 조달처로 육성하겠다는 이런 방침은 월마트가 농산물 확보를 위해 이머징마켓 농가를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마이클 듀크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14일 농산물의 현지조달 대폭확대와 친환경 농산품의 구입확대 등을 골자로 한 사업전략을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이는 농산물 직접조달을 크게 늘려 농산물 수급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유통과정의 축소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를 얻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월마트는 매출이 지난 5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현재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듀크 CEO는 신흥국가의 중소규모 농가들로부터 지금의 3배 규모인 연간 10억 달러 어치의 농산물을 직접 조달 받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오는 2015년까지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월마트는 이를 위해 중소규모 농업의 기준을 정하고(경작면적 20헥타르 미만) 총 100만여명의 신흥국가 농부들에게 곡물수요의 변화와 병충해 예방방법 등 각종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기로 했다.
월마트는 이러한 시도가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의 농산물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개발도상국들의 중소규모 농가들에는 더 많은 소득을 안겨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마트는 또한 이른바'로컬푸드'(지역 내 소비식품을 지역산으로 공급)운동의 개념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월마트는 미국 매장에 공급되는 미국산 농산물의 비중을 지금의 2배인 9%까지 올리고, 캐나다 매장의 경우 오는 2013년까지 30%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듀크 CEO는 "우리의 거대한 사업규모(연간 매출 4,050억달러, 고용인원 2백만명)가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며 "지속 가능한 농업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농산물 사업은 월마트 전체 사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사업이다.
유통시장 관계자들과 환경단체들은 월마트가 공정무역과 친환경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사업전략을 택함으로써 유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미국의 한 환경단체는 "초대형 유통업체가 이러한 신호를 보내면 생산자들과 공급자들은 이에 반응할 것"이라며 월마트의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월마트의 이번 계획을 매출부진에 따른 비용절감 노력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월마트가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해 신흥국가들의 농산물 시장에까지 손을 뻗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버몬트대학의 린다 벌린 지속가능한 농업센터 사무총장은 "(월마트가 도입한) 로컬푸드 운동의 본래 의미는 이를 통해 소규모 농가 등 지역경제를 발전시켜 (월마트와 같은) 거대 기업들에 장악당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월마트가 지난 13일 미국 대도시들에 앞으로 수년간 30 ~ 40개의 중소형 점포를 개설하겠다고 밝힌 점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월마트의 중소형 할인점 개설 공세에 기존의 소형 할인점들과 지역 소규모 상인들은 상권침해를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월마트는 사업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도시 외곽의 대형창고형 매장에서 도심 내의 중소형 점포로 전략을 선회, 소비자를 직접 파고드는 공격적 경영을 택했다. 월마트는 올해 130억 ~ 140억달러 가량인 투자 규모를 내년에는 135억 ~ 145억달러로 늘릴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