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집단 최면'에 걸린 청와대

‘행담도 게이트’ ‘바다이야기 게이트’ 등 숱한 권력형 스캔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와대는 자신감을 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당국자들은 “게이트 없는 첫 정부가 될 것”이라면서 역대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고 정적(政敵)들을 몰아세웠다. 언론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가해온 취재지원 방안의 메스도 궁극적으로는 “너희들은 더럽다. 개혁 대상이다”라는 맹목적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 설로만 떠돌던 ‘변양균 스캔들’이 사실로 밝혀진 후 청와대의 반응은 이런 점에서 변 전 실장 개인의 문제를 떠나 너무나 실망스럽다. 청와대 당국자들은 “정말 몰랐다. 우리가 정책실장을 어떻게 조사할 수 있나”라며 자신들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만 연신 되풀이할 뿐이다. 하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변양균 스캔들’의 또 다른 본질은 다른 한편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변 전 실장 문제가 불거진 후 노 대통령은 “깜냥도 안되는 소설”이라며 언론을 몰아세웠다. 청와대는 어땠나. “보도를 흉기로 휘두른다. 사회적 신뢰를 파괴하는 자해 행위”라는 청와대 브리핑의 내용은 섬뜩할 정도였다. 그들의 과도한 자신감 뒤에는 “우리는 깨끗하다”는 무조건적 신념이 자리 잡고 있었던 셈이다. 적어도 도덕적 문제에 있어 청와대는 일종의 ‘집단 최면’에 걸려 있었다. 변 전 실장 스캔들 후 청와대의 위기관리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은 이런 최면 현상에 견줘보면 편린(片鱗)에 불과하다. 변 전 실장의 스캔들을 일회성 사건이나 내부 검증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청와대의 집단 최면은 국가의 정책 전반에 연결돼왔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무수한 경제정책들을 ‘그들만의 잣대’로 일방통행했다. 변 전 실장의 스캔들은 어쩌면 이제 초동 단계일지 모른다. 사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해답은 명확하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철저하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변 전 실장 한건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전반에 있어 겸손의 자세가 필요하다. 최면에 걸린 청와대에 대해 국민이 애정을 버리지 않길 바라는 것은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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