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장성진급 비리의혹 수사를 계기로 군내 인사시스템에 적지않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군 검찰의 수사 결과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일부 항목에 대한 인사평가 결과를놓고 상당수 진급 탈락자들이 불신하는 풍조가 만연한 것으로 확인돼 보완책 마련이시급하다는 것이다.
장성과 장교, 부사관의 진급 심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객관적인 평가기준이제시되지 않는 잠재역량평가 항목이다.
체력과 지휘능력, 도덕성, 품성, 청렴성 등의 5개 항목으로 구성된 잠재역량평가는 100점 만점에 15점 밖에 되지 않으나 경쟁자간 근무평정 점수가 비슷한 점에비춰 이 점수는 당락을 결정하는 핵심 관건인 셈이다.
평가는 당사자들이 작성한 잠재역량 평가서를 놓고 진급심사관들이 A~D 등급의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진급대상자들이 근무평정 점수를 알 수 있는 데 반해 잠재역량평가 점수는 피평가자들이 알 수 없다. 대외비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판단이 불공정하더라도 피평가자들이 반박할 소지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 것이다.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군 검찰은 계량화된 근무평정 보다는 잠재역량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맞춰 수사를 벌여 상당수 불법 혐의점을제시했다.
육군본부 진급관리과에서 압수한 문서를 분석한 결과 준장 진급 유력자들은 잠재역량평가에서 15점 만점인 A를, 이들의 경쟁자들은 최하 평점인 D(6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군은 모든 피평가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그동안 대외비로 분류된 평가항목, 기준, 평가근거 등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 정도는 공개해 심사결과에 승복하는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기무사에서 넘어온 진급대상자들의 비위 자료를 평가하는 인사검증위원회의 투명한 운영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대목이다.
이번 조사 결과 진급실무자들이 공모해 내정자들과 경합할 만한 17명에 대한 기무사 등의 자료를 인사검증위의 검증을 거친 것처럼 문서를 변조해 경쟁자들을 탈락시킨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사검증위는 본인에게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제공해 부당한 진급탈락자를 막아야 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급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심사과정을 녹화토록 하고 절대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군 사법개혁위원회에서 거의 마무리된 군 사법 개혁안도 다시 손질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령과 장성을 구속하려면 장ㆍ차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현행 군사법시스템은자칫 비리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국방부 장관의 관할관 제도를 폐지하면 일반 검찰이법원에 직접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처럼 군 검찰도 국방부 장관을 거치지 않고 군사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검찰과 군사법원 판사들이 똑같이 법무관 출신으로 한지붕 아래서 근무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영장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제동장치를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군 검찰관들이 장교나 장성들에 대한 비리의혹 만으로 군부대를 압수수색하고 야전 지휘관들을 수시로 소환, 조사한다면 군 지휘체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되는 상황도 막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군 검찰을 사개위 의견대로 독립조직으로 격상시키고 헌병, 기무에 대한수사지휘권을 보장하되 군사법원은 없애고 민간법정으로 피의자를 기소하는 방안이설득력있게 거론되고 있다.
민간법정이 군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구속 및 압수수색 영장 남발을 견제할 수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 발발시 군사법원을 설치, 운영할 수 있는 여지는 제도적으로 보장해야한다는 의견이 군내 중론이다.
이밖에 군 지휘관들이 멋대로 형량을 낮춰주는 감경권을 원칙적으로 없애되 군형법의 형량이 과도하게 무거운 점을 감안해 의무복무 중인 병사들에 대한 지휘관들의 감경권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유력하다.
한편 윤광웅국방장관은 이번 수사를 통해 드러난 진급상 문제점은 국방부 차원에서 특별연구팀을 구성해 내년 상반기까지 심층검토해 발전시키고 후반기부터 새로운 제도를 운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윤 장관은 인사권자의 진급권 행사 한계, 범위 등에 대한 최초의 법률적인해석이 내려졌다면서 진급 탈락자들이 이의를 수용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