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지식재산' 제대로 관리·활용… 원천기술 해외 유출도 차단

■ 3,000억 특허펀드 설립 지원<br>R&D에 매년 10조투입 불구 '국유특허' 활용률 14% 그쳐<br>특허 펀드 수익성 갖추려면 대형화·장기 운용이 필수


정부가 3,000억원 규모의 특허펀드 조성을 지원하고 국가지식재산자문회의 신설을 추진하는 것은 핵심자산인 지식재산(IP)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뿐더러 해외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특허방어를 하고 있지만 1~3년 내에 필요한 단기 특허만 집중 관리하면서 중기(4~7년), 장기(8~10년) 특허 관리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중소기업들은 3만건이 넘는 특허를 갖고 있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매년 만건의 특허를 출원하지만 정작 활용되는 특허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특허펀드를 통해 지식자산의 금융자산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해외 특허괴물에 맞설 수 있기 위해서는 ▦분야별 전문가들을 모아 ▦최소 수천억원의 규모로 ▦10년 이상 장기로 운용하면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대만과 인도ㆍ필리핀ㆍ중국 등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중소기업이 특허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늘려주고 특허펀드의 수혜자인 대기업도 특허펀드에 투자를 확대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개발(R&D) 비용 매년 10조원, 국유특허 활용률은 14%=정부가 R&D에 투자하는 규모는 매년 10조원에 달한다. 민간 투자도 꾸준히 늘면서 총 국가 R&D 투자규모는 세계 7위, GDP 대비 R&D 비중은 세계 5위 수준이다. 지난 1997년 2만5,000여건에 불과하던 특허권 출원규모는 40만건으로 크게 늘었다. 세계 4위의 특허강국이다. 하지만 국가 R&D 투자의 25%가량을 차지하는 공공연구기관의 특허활용률(기술이전율)은 15%에도 못 미친다. 특허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5년 국유특허는 1,593건이었지만 이 중 사용된 것은 169건으로 활용률이 10%에 불과했다. 2007년에도 소폭 늘었지만 2,222건 중 14%인 315건만 사용되는 데 그쳤다.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투입해 특허를 만들어내지만 실제로 활용되는 것은 10개 중 한개에 불과하다. ◇휴면특허ㆍ아이디어 활성화 시급=대학의 특허활용률도 지난해 현재 24% 수준에 그쳤다. 중소기업의 보유 특허의 절반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의 원활한 특허사용을 위해 미활용 특허 이전지원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나 대학이 보유한 아이디어나 특허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과 해외 마케팅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개의 특허보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가치평가도 상대적으로 더 쉬울 뿐 아니라 가치산정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인텔렉츄얼벤처스(IV) 등 해외 특허전문관리회사들이 개별 특허가 아닌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수요기업을 발굴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특허펀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MP3플레이어 원천기술을 개발해놓고도 특허가 해외로 빠져나가 우리 기업에 부메랑으로 돼 돌아온 것은 뼈 아픈 경험이다. ◇특허펀드, 성공 위해 대형화ㆍ장기운용 필수=전문가들은 특허펀드가 국내 지식재산과 기업의 보호는 물론 수익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특허펀드가 수익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인력을 구성하고 중장기 관점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후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특허개발에 몇 년이 걸리고 소송도 몇 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만 감안해도 그렇다. 2007년 5월 CJ자산운용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소유한 지식재산권을 매입해 수익을 내는 ‘CJ베리타스지적재산권 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특허청이 올해 600억원 규모로 모태펀드를 통해 여러 곳의 특허펀드를 지원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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