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지의 깊은 세계 영상화 임권택 감독 101번째 도전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 17일 개봉


임권택 감독의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는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스스로'100 그리고 첫 번째 영화'라 명명한 것처럼 임 감독 개인적으로는 75세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 작품이고 영화 내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한지'에 관한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담고 있으며 영화 외적으로는 내로라하는 영화계 인사들이 힘을 합쳐 작품의 완성을 도왔다. 영화는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조선왕조실록'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 때 자신이 저지른 불륜 때문에 충격을 받아 쓰러져 반신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내 효경(예지원)을 돌보며 살아가는 전주시청 공무원 필용(박중훈)은 시청에서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한지 사업에 매진한다. 필용은 이 과정에서 한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던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강수연)을 만나고 사사건건 부딪히던 두 사람은 미운 정이 들게 된다. 임 감독은 다큐와 드라마를 넘나든다. 다큐멘터리 감독의 영상을 빌려 한지 제작 과정과 역사를 세세하게 설명하다가도 한지 복본화 작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사의 소소한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엮어낸다. 영화가 보여주는 한지 제조과정과 한지의 우수성은 작품을 한지에 관한 교육 자료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섬세하고 아름답다. 이 작품을 위해 2년 동안 전주 지역의 아름다운 장소를 직접 둘러보면서 한지 장인 및 한지 관련 종사자들과 만났다는 임 감독의 수고가 그대로 묻어난다. 한지 제조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같은 화면이나 영화 속 스토리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은 요즘 영화계를 감안할 때 그다지 극적이진 않다. 하지만 인간사의 소소한 이야기와 한지를 만드는 손길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담은 노장 감독의 땀 배인 솜씨만은 결코 밋밋하지 않다. 영화는 송하진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임 감독에게 한지 소재 영화를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전주시와 전주국제영화제가 제작비의 60%를 지원했고 쇼박스ㆍ롯데ㆍCJ 등 3대 투자배급사가 손잡고 투자ㆍ배급ㆍ마케팅 등을 맡았다. 임 감독의 두 아들인 배우 권현상ㆍ임동준 씨, 아내 채령 씨 등 온 가족과 3대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ㆍ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ㆍ김영빈 부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단역으로 총출동해 영화에 힘을 보탰다. 임 감독은 7일 언론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한지의 깊고 넓은 세계를 영화화하겠다고 겁도 없이 대들었다"면서도 "나처럼 나이 든 감독이라도 누군가는 이런 영화를 남겨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이 있었다"고 작품을 완성한 소회를 밝혔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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