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800선 후반에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 지는 가운데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세계 증시가 동반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후 세계 증시를 끌어온 유동성의 원천은 미국의 초 저금리였다는 점에서 시장의 심리적 반응은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실제로 언제 금리를 올릴지는 아직 불투명하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와 같은 미국의 낮은 금리 수준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까지 시장이 유동성에 기초해서 쉽게 상승세를 구가했다면 향후 시장은 유동성의 후원이 없는 다소 힘든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미 FRB가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금년 미국 경제 성장 엔진은 소비와 재정지출에서 기업들의 투자로 이전할 전망인데, 기업들의 투자를 보는 시각을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우선 최근 미국 기업투자는 전통산업과 정보기술(IT)부분으로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전통산업에 대한 투자는 2000년 고점 대비 크게 감소해 있다. 최근 미국의 고용 회복이 더딘 것도 바로 이 전통 산업의 생산능력 감소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고용침체가 큰 업종은 거의 모두 설비 감축이 있었던 업종이다. 미국 경제의 대표적인 침체기였던 80년대 초반과 90년대 초반 역시 적지않은 고용 감소를 경험하였지만 그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대폭적인 산업설비 감소를 수반하지는 않았다.
당시는 가동율 하락이 주된 고용 감소를 주도했다. 반면 현재는 가동율 하락과 설비 축소가 동시에 미국 고용을 위축시켰다. 결국 현 국면에서 미국의 고용이 회복되고 이에 따라 소득이 늘어 경기가 건전한 선순환 국면으로 진입하려면 뜯겨나간 미국 내 설비가 다시 설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의 약세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값싼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설비 이전 추세가 지속되는 한 쉽사리 이뤄질 것 같지 않다. 따라서 미국의 전통산업 고용 회복 역시 답보 상태를 보이지 않을까 한다. 문제는 IT산업의 투자 동향이다. 가트너의 예상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구매할 PC의 절대 수량은 2004년 말 역사적 고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 예측이 맞다면 현재와 같은 IT 투자 회복 추세 역시 2005년 이후까지 지속되리라 보긴 힘들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미국 경기의 방향성은 경기 동ㆍ후행 지표를 기준으로 할 때 상승 탄력이 그다지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 경우 미국의 통화 정책 역시 쉽사리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빠른 시일 안에 단행되지 않더라도 주가 측면에서 볼 때는 그간의 낮은 금리 수준에 기댄 낙관적인 투자심리는 얼마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작년 2ㆍ4분기 미국 IT 기업들의 어닝서프라이즈(깜작 실적)를 주도했던 아ㆍ태 지역의 수요 증가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연초 이후 중국 건설ㆍ철강 경기의 하강 조짐이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시장은 기존의 경기 회복 추세가 일정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심리의 기조적인 반전에 따른 제한적인 변동성 장세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 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