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환율 불확실성 걷어냈다"…亞통화 강세·상품시장 랠리

[G20 '경주선언' 이후 시장은…]<br>달러매도 중단 이유없어 하방압력 갈수록 거세<br>위험자산 선호도 높아져 전기동·구리 가격 급등<br>"무작정 따라가지 않을것" 신흥국 '방어벽' 변수로

경주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결과로 미국의 돈풀기(양적 완화)가 계속되고 신흥국의 시장개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환율이 하락(원화강세)하고 주가는 상승했다.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 오늘의 시세가 표시돼 있다. /김동호기자



'G20 경주 담판'이 달러 약세에 대해 긴가민가하던 시장의 의심을 벗겨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환율전쟁'이라는 나라 간의 투박한 경제적 게임에서 벗어나 어떤 형태로든 합일점을 찾아내면서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신 주가는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이유만으로 큰 폭으로 뛰었고 상품시장도 돈의 흐름이 위험자산을 찾으면서 랠리를 펼치고 있다. ◇거세지는 달러 하방 압력…멈추지 않는 외국인=경쟁적인 통화 절하 자제와 시장결정적 환율제도 지향이라는 결과물을 도출한 '경주 담판'.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주회의의 결론은 '달러화 약세가 지속된다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달러 매도를 중단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경주회의는 시장이 갖고 있던 한가닥의 의구심마저 벗겨냈고 이는 위험자산에 대한 욕구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25일 시장에는 이런 분석들이 그대로 녹아 들어갔다. 주요 통화들은 일제히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연출했다. 1,120원대로 올라섰던 원화는 달러당 1,160원까지 내려왔고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15년 내 최저치까지 내려앉았다. 서울 주식시장에는 이날도 5,000억원을 넘는 외국자금이 밀려왔다. 경주회의는 원화 강세를 이끌어낼 것이고 이런 흐름을 뻔히 알고 있는 외국인이 '바이코리아' 흐름을 끝낼 이유가 없는 셈이다. 각국 통화 역시 경쟁이라도 하듯이 달러화 가치를 미끄러지게 했다.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한 만큼 신흥국들이 과연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뛰어들겠느냐는 심리가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겁 없어진 시장…위험자산 찾기=겁이 없어진 시장은 곧장 상품시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이를 대체할 시장은 결국 상품이라는 얘기다. 전기동은 연고점을 넘어섰고 구리 가격도 뛰었다. 곡물시장도 변동폭이 커졌다. 옥수수와 콩 값은 계속 올라가고 면화 가격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주 담판 이후 글로벌 자금시장이 마치 위험자산 찾기 놀이를 벌이는 모양새다. 물론 채권시장의 흐름은 조금 달랐다. 정상적이라면 달러 약세 흐름 속에서 외국인들이 더욱 밀려올 것이고 이를 예상해 채권금리가 더 떨어져야 함에도 이날 채권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환율을 시장에 맡기기로 한 만큼 미국의 양적 완화 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점, 여기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과거에 비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줄어 들었다"고 말한 부분들에 시장은 귀를 기울였다. ◇장기 달러 약세에 대한 두려움 잔존=그렇다면 달러 약세 흐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사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짚어볼 부분이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이 정도의 주가 상승이라면 환율은 더 떨어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뒤집어보면 시장이 여전히 찜찜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바로 미국의 중간선거(11월2일)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11월3일)이라는 이벤트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이 잠재돼 있는 것이다. 달러 약세 기조가 유효하기는 하지만 양적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박스권 장세가 어느 정도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각국이 당장 보이는 모습도 달러화 약세를 무한정 두고보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이미 일본의 2조엔 시장 개입에 대해 이는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자제하기로 한 '경쟁적인 평가절하'와는 관계가 없다며 추가 개입에 대한 여지를 살려둔 바 있다. 팀 고든 IING그룹 NV의 아시아리서치 헤드 역시 "G20 회의의 결과를 아시아 각국이 존중하겠지만 무작정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명목으로 개입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원화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하락 흐름을 역류하지는 못하겠지만 달러당 1,100원이 일종의 방어벽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외국인 자본규제 카드는 방어를 위해 항시 대기 중인 실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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