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은 20일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 주재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유럽 채무위기 확산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더욱 악화될 때를 대비해 필요한 외화유동성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시장 상황을 봐 가급적 이른 시기에 올해 필요한 외화 전액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라면서 “호주, 말레이시아, 브라질, 일본 등으로 다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은행장들은 “지난해 말 주택 취득세 감면시한 종료를 앞두고 가계대출이 일시적으로 확대됐지만 주택시장 상황, 정부 대책 등을 고려할 때 증가세가 완화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다중채무자 증가, 생계비 목적 대출비중 상승, 저신용자의 제2금융권 차입 증대 등으로 가계부채의 질이 저하될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영업여건 악화로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는 늘어나겠지만, 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 “글로벌 리더십 부재로 글로벌 균형보다는 국지적 균형이 추구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국제경제의 불안정한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은행이 위험관리에 보다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의회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김 총재는 “금융이 실물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다 보면 반응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조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고 지적했다. 유럽 재정위기 해소를 위해 국가 채무를 줄이라고 하면 금융도 원론에는 찬성하지만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