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총선을 눈앞에 두고 외국인들이 몸사리기에 돌입했다. 그리스 총선에서 좌파연합인 시리자당이 승리할 경우 긴축재정 재협상을 요구하며 유로존 위기감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선거 이후에도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문제가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당분간 증시는 유럽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32포인트(0.71%) 하락한 1,858.16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이날 기관이 2,275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9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7일부터 순매수 기조를 보였던 외국인들은 이날 2,455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2.88%)와 의료정밀(-1.73%), 음식료품(-1.29%), 보험(-1.25%), 제조업(-1.09%)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건설업(0.77%), 의약품(0.74%), 운수창고(0.62%) 등이 약간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1,992억원)와 SK하이닉스(-93억원), 삼성SDI(-70억원), LG전자(-66억원) 등 정보기술(IT)주를 비롯해 외환은행(-205억원), 만도(-118억원), SK텔레콤(-91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3.49% 하락했고 SK하이닉스(-2.09%), 삼성SDI(-2.24%), SK텔레콤(-1.23%) 등도 비교적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 이유는 17일 실시되는 그리스 재총선에 대한 불안심리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전날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한때 7.01%까지 치솟는 등 유로존 불씨가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모습도 외국인들의 몸을 사리게 만들었다. 김학균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이유는 유로존 위기와 연동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리스 총선의 불확실성이 높은데다 스페인 은행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며 잔뜩 움츠린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는 앞으로 그리스 총선 결과에 따라 움직임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총선과 관련해 보수정당인 신민당을 중심으로 연정구성에 성공할 경우 그렉시트(Greece+Exitㆍ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며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리자당이 제1정당이 된 뒤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주장할 경우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김지원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정부가 신민당과 사회당 연합으로 구성될 경우 유로존 국가들과 불협화음이 가장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시리자당이 정국을 주도하게 되면 긴축재정 재협상을 요구하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금융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점도 증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를 할 가능성이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미국은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이달 만료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사는 정책)의 후속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세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증시침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유로존 국가들의 몫인데 여러 나라들이 관련돼 있어서 대책을 마련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미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며 특히 유로존 사태가 심각해지면 미국이 글로벌 위기감을 완화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