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힘과 스피드, 예술적 표현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멋진 경기를 펼쳤고 종합5위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우리 국민 모두 김연아 선수를 비롯한 메달리스트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승리의 감격과 감동을 함께 나눴다.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재능과 신체적 조건, 그리고 남다른 훈련이 기본이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적 스포츠에서는 유니폼, 운동기구와 장비, 각종 측정 장비와 계측기, 훈련장과 경기장 시설 등 모든 면에서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 막대한 훈련과 운영비용 감당을 위해서는 국가적 재정지원과 기업들의 직간접적 후원도 필수다.
특히 얼음과 눈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펼쳐지는 동계 스포츠의 성적은 국가적 기술력과 경제력에 직결돼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섬유소재, 정보기술(IT), 정밀가공, 운동장비 등에서 첨단기술의 각축장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성과는 우리 국력성장과 산업기술 발전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것 같아 산업기술 분야의 일원으로서 자부심과 뿌듯함을 함께 느낀다.
제1회 동계올림픽은 지난 1924년 알프스의 계곡마을 샤모니에서 개최됐지만 우리나라는 해방 후인 1948년 생모리츠 올림픽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당시 우리나라 무역은 보따리 장사 수준이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최초로 금메달 2개를 비롯, 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이때 무역 규모는 1,500억달러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자제품들은 선진국 시장 매장의 한쪽 구석에 배열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무역 규모 7,000억달러, 세계11위로 올라섰다. 삼성ㆍ현대ㆍLG는 세계 유수기업이 됐고 세계시장 점유율 5위권에 드는 세계 일류상품이 600여개나 된다. 냉장고ㆍ메모리반도체ㆍ범용상선 등 120여개 품목은 세계1위다. 이런 산업기술의 힘, 기업의 힘이 이번 동계 올림픽에도 큰 보탬이 됐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에 김연아 선수가 보여준 세계 최고의 기술점수를 우리나라 산업의 기술점수라고 생각하고 싶다. 김 선수의 기술점수는 2등 아사다 마오보다 상당히 앞선다. 아마 세계 산업기술 올림픽이 개최된다면 우리나라는 종합성적 세계5위 안에 들고 수많은 산업기술인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서 눈물을 글썽일 것이다.
세계 신기록, 그것도 경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록을 세운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처럼 우리나라 산업기술과 제품이 더욱더 많은 분야에서 넘보기 힘든 세계1등이 될 것을 꿈꿔본다.